매일신문

[금주의 정치 이슈] 새누리 '대화록 실종' 고발…검찰로 넘어간 사초의 진실

여 "전대미문 국기문란"-야 "적반하장"

한 달 넘게 정치권을 마비시켜온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논란이 검찰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새누리당은 25일 대화록 실종 사건과 관계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사들을 전원 검찰에 고발했다. 여야가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없다'는 최종 결론을 내린 지 사흘 만이다. 검찰도 이날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 2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대화록 실종 사건에 대해 여야가 정쟁을 중단하고 이젠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자"고 했고, 민주당은 "정치 도의에도 어긋나는 적반하장"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새누리, 검찰 수사 지켜봐야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6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증발 논란과 관련, "여야 정치권은 대화록 실종을 둘러싼 정쟁을 중단하고 검찰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어제 우리가 대화록 실종과 관계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사들을 검찰에 고발했는데 이는 사초(史草)가 실종된 전대미문의 사태를 명확히 규명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따른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최 원내대표는 "당 여의도연구소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66%가량이 '검찰수사를 통해 대화록 실종에 대한 사실 관계를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검찰은 예외없고 성역없는 수사, 신속하고 공명정대한 진상 규명을 통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제 새누리당은 정쟁을 떠나 민생현장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지만 원내대변인도 "사초(史草) 실종이라는 전대미문의 국기문란 사건을 바로잡기 위해 관련자를 색출하는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날 새누리당이 검찰에 의뢰한 고발장엔 피고발인을 '성명불상자'라고만 적시했지만 사실상 민주당 문재인 의원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김만복 전 국정원장,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을 비롯해 노무현정부 시절 대통령기록물 이관에 참여했던 김경수 전 연설기획비서관, 임상경 전 기록관리비서관 등도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관련,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검찰이 공명정대한 수사를 통해 한 점 의혹 없는 진실을 밝혀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이명박정부 인사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애초 여야가 공동으로 검찰 수사를 요구하자는 입장이었지만 민주당이 특검에 무게를 두자 신속히 단독 고발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읽힌다.

◆민주, 정치 도의에 어긋나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새누리당의 검찰 고발에 대해 "정치 도의도 모르는 적반하장"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배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참여정부 인사, 최종적으로 민주당 전 대선 후보인 문재인 의원을 욕보이기 위해 정치검찰을 동원하고 싶은 것 같다"며 "늘 그랬듯이 '적반하장'이 새누리당의 본색"이라고 논평했다.

김한길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누리당이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에 관계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사들을 검찰에 고발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회의록 실종에 대한 진상은 밝혀야 하지만 진상에 대해 예단해서는 안 된다"면서 "민주당도 이명박정부 책임론에 대해 예단과 공격을 절제해왔다며, 진상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범법행위를 예단할 수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이는 전날 김 대표가 "회의록 실종 진상파악을 위해 여야가 합의해서 엄정한 수사를 하면 될 것"이라고 제안한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초강수를 던지자 야당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라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배 대변인이 "설사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을) 대통령기록물로 보내지 않았다고 해도 그것은 범죄행위가 아닌 통치행위"라고 밝히면서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했고, 삭제 지시를 했다는 언론 보도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기존의 당 입장과는 달리 해석될 수 있어 당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배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범죄행위가 아닌 통치행위인 것이란 대목은 당의 공식입장이 아니라 법조계 일각의 의견을 소개한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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