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형식적인 학교 폭력 예방 대책

올해 들어 경북 도내 곳곳에서 학교 폭력이나 학업 스트레스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잇따랐다. 지난 3월, 청도를 시작으로 포항과 구미, 경산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이달에는 지난해 말 군위의 기숙형 공립학교에 재학 중이던 여학생이 학교 폭력 때문에 자살했다며 부모가 경상북도교육청에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경북도교육청의 대비는 전시성이거나 비효율적이다. 현재 도 교육청은 도내 전 교사를 대상으로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교원 연수회'를 시행 중이다. 출석까지 검사하며 열심이지만, 수백 명의 교사를 한꺼번에 모아놓고 서너 시간 하는 강의가 학교 폭력 예방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참석 교사들도 출석률이 낮으면 학교나 해당 교육청이 문책을 받을 수도 있어 강제로 참석한다고 하니 실효성 없는 전시성 행사임이 분명해 보인다.

학교 폭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의 문제는 어떤 사례를 보아도 그 안에 모든 해답이 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목숨을 끊은 군위 여학생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학생은 학교 폭력 전수조사, 정서 행동 특성 검사, 교사 상담 등 몇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학교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학교가 한 번이라도 제대로 챙겼더라면 최악의 선택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는 이 사실을 지나쳤거나 아예 상담한 사실조차도 없다고 했다. 오히려 사건이 발생하자 학교는 언론이나 경찰에 알리지 말라고 학부모를 설득하기도 했다.

학교에서는 고민을 말해도 외면하고, 사건이 일어나면 쉬쉬하고, 교육청은 예방 노력은 제대로 하지 않다가 사건이 벌어진 뒤에야 형식적인 대책 회의나 전시성 연수를 하는 정도가 현재 학교 폭력 대응책이다. 또 실제 학교 폭력이 만연한데 일시적인 조사나 상담 때 피해 학생 비율이 낮게 나온다고 자랑해 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래서는 학생의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학교 폭력 문제는 드러내 해결책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교사와 급우, 학교와 가정이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이상 징후를 사전에 알아챌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가 걸림돌이지만, 쉬쉬하다가 문제를 키우는 것보다는 낫다. 또한, 경북도교육청도 학교 폭력 발생보다는 감추려다 불거졌을 때 더 강한 처벌이나 제재를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주변이 알게 해 나쁜 선택을 못 하도록 모두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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