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별별 세상 별난 인생]캠핑에 빠진 태권도 체육관 관장 박정일 씨

차 지붕에 텐트 장치…매주 오지 찾아 산천 유랑

대구 달성군 논공읍에서 태권도체육관을 운영하는 박정일(35) 관장은 주말이 다가오면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자유를 찾아 캠핑을 떠날 수 있기 때문. 애마 갤로퍼 지붕에는 루프탑 텐트가 장착돼 있어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그것도 남이 가지 않는 오지로 떠난다. "스트레스를 풀고 힐링을 하기에 이만한 것이 없어요. 주차할 공간만 있으면 텐트를 칠 수 있어요. 아이들도 다락방 같은 텐트를 나만의 공간이 생긴 양 좋아해요."

◆아무도 찾지 않는 그곳에

캠핑은 벌써 10년 전부터 시작한 취미생활이다. 아내와 두 딸, 때로는 동호회 회원들과 전국의 캠핑장이나 오지에서 주말을 보낸다. "꽉 막힌 도시를 떠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것도 아무도 없을 만한 곳을…."

박 씨는 오프로드 캠핑을 즐긴다. 남들이 가지 않는 산속 계곡이나 정상을 찾아 나선다. 머물고 싶은 바로 그곳에 텐트만 치면 된다. "남자의 로망이잖아요. 남들이 가지 못하는 길을 내 차는 갈 수 있습니다. 깊은 계곡을 뚫고 그 안에 뭐가 있을까 싶어서 더 들어가 텐트를 칩니다. 들리는 소리는 물소리와 새소리, 바람 소리뿐입니다. 하늘을 올려다보죠. 세상엔 별들뿐입니다. 그 짜릿함을 한 번 경험하면 잊을 수 없습니다."

2005년 군 제대 후 오프로드를 하다가 캠핑으로 돌아섰다. "루프탑을 보는 순간 필(feel)이 꽂혔어요. 차 위에 텐트를 친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자동차로 오프로드를 할 땐 비박을 했거든요."

여름에는 루프탑을 탑재한 갤로퍼로, 겨울에는 버스를 개조한 캠핑카를 타고 떠난다. 물론 캠핑하기 좋도록 튜닝을 했다. 차 안에는 침대를 비롯해 테이블과 냉장고 등 캠핑에 필요한 기본 장비가 모두 갖춰져 있다. 캠핑카의 가장 큰 장점은 짐을 나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일반 텐트 설치 시간보다 루프탑 텐트 설치 시 소요시간이 5분 정도로 간편하다. 박 씨는 어디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지만 주로 가는 곳은 산 계곡이나 정상, 호젓한 강가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활공장도 찾는다. 모두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이다.

◆나만의 캠핑, 가족과 함께

박 씨는 나만의 캠핑을 즐긴다. 그래서 남이 잘 가지 않는 곳을 찾는다. "꽉 막히고 답답한 게 싫어 떠났는데 사람이 많으면 스트레스를 받죠. 조용한 계곡에서 가만히 있으면 물소리와 벌레 우는 소리, 바람 소리밖에 들리지 않아요. 그게 힐링이죠. 뭐."

멀리 가지 않는다. 주로 찾는 곳은 경남 거창'가조의 계곡. 비슬산도 자주 찾는 곳이다. 사람이 많을 때는 피한다.

여름에는 계곡을 주로 찾고, 겨울에는 눈이 쌓인 곳을 찾아간다. 박 씨는 겨울 캠핑이 캠핑의 맛을 더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텐트 안에 난로를 피워놓고 누워 있으면 아늑해요. 그리고 조용하고요. 아이들과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런 행복이 있나 싶어요."

그는 혼자 떠나지 않는다. 아내와 두 딸(8, 4세) 등 가족과 함께 간다. 준비는 혼자 한다. 장도 보고 캠핑에 필요한 장비도 챙긴다. 박 씨가 잘하는 음식은 바비큐. 여름에는 백숙도 한다고 했다. 그래서 아내도 좋아한다고 했다. 딸들이 많이 변했다고 했다. "처음에는 곤충이나 벌레 등을 보면 겁을 냈는데 이제는 스스럼없이 만지고 새로운 벌레를 보고도 놀라지도 않아요."

그래서 요즘은 주말만 되면 딸들이 먼저 떠나자고 조른다고 했다.

최근 박 씨의 가정에 경사가 있었다. 가족이 한 명 더 생겼기 때문이다. 아내가 아들을 낳은 것. 그래서 요즘은 아내는 집에 있고 딸들만 데리고 떠난다. "아들이 크면 같이 가야죠."

박 씨는 아이들과 캠핑을 다니면 피곤하지만 얻는 것이 많다고 했다. "충분하지 않더라도 캠핑을 하다 보면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대화도 많이 하고 아이들에게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고… . 추억이 쌓일수록 아이들과 거리도 한 뼘 더 가까워진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자주 다니다 보니 사고가 난 적도 있었다. "작년 11월 경주에 오프로드 캠핑을 하러 갔다가 차가 도랑에 빠졌어요. 엔진에 물이 들어갈까 봐 구조대가 올 때까지 1시간 이상 도랑에 빠져 있었어요. 물론 아이들은 겁에 질려 혼이 났지요."

앞으로 캠핑을 계속하면서 산에서 비박도 하는 트레킹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아프리카로 떠나 사파리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정글에서 캠핑하면서 사자 울음소리도 듣고, 밤하늘 별도 보고 싶습니다. 꼭 갈 겁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