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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로봇 친화적 인간

상상은 영화가 되고, 영화는 현실이 된다.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로봇은, 산업용, 의료용, 가정용, 군사용 등으로 인공지능화되고 있고, 쏟아지는 로봇영화로 가히 로봇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로봇 장난감을 손에 들고 정의감을 불태웠고, 로봇이 지구를 지키는 영화를 보면서 위안을 받고 있다.

1968 스탠리 큐브릭이 발표한'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라는 로봇영화는 컴퓨터,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등 큰 충격을 던졌다. 1980년대 스펙터클한 괴력의'터미네이터'시리즈, 1987년의 사상최강의 사이보그 '로보캅' 시리즈가 연이어 상업적 성공을 거둔다. 21세기 초반의 인공지능 로봇 'A.I''아이 로봇'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지나 최근의 최첨단 '아이언 맨'시리즈까지 실로 다양하고 무서운 기능의 로봇들이 인간과의 제반 문제를 제기하며 우리 의식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인간이 로봇을 좋아하는 이유는 피조물인 인간이 그들과 비슷한 절대복종형 피조물을 만들어 자기 마음대로 부리고 싶은 지배심리이다. 또'설국열차'와 같은 조직사회에 대한 압박감과 절대자에 대한 반항심리, 인간 자신이 우두머리가 되고 싶은 욕망 등이다. 이 영화들에서 도저히 현실에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로봇의 다양한 기능과 능력들이, 현실의 로봇 산업에서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우리 눈앞에 현실로 불쑥 나타난다는 것이다. 2004년 한국은 로보캅 '휴보'를 개발했고, 미국은 팩봇(PackBot)이란 전투 로봇을 아프가니스탄 실전에 투입한 바 있고, 선진국들은 전투용 초소형 곤충 로봇을 개발 중이다.

로봇은 이시모프의 로봇3원칙(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명령에 무조건 복종, 로봇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을 준수해야 하는 단지 기계일 뿐이다. 문제는 나쁜 인간이 3원칙을 어기는 명령을 내릴 경우에 발생한다. 인간이 로봇을 너무 믿으며 의존할 때, 자신도 모르게 로봇에게 종속될 수도 있다. 또 로봇을 이용한 인간의 지배욕은, 엄청난 인간 살상을 초래할 것이다. '아이언 맨 3'같은 핵융합 에너지를 장착한 전투용 로봇이 개발되면 위험은 더 커진다. 그러나 인류는 여전히 전투형 로봇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놀랍게도 이러한 경고는 3천 년 전에 기록된 성경(요엘서 2장 4~10절)에도 나타나 있다. 전후 연결로 보아서는 메뚜기 곤충 로봇으로 해석될 수도 있으나, '로버아미' 군단이 땅을 진동케 하고 바위를 기어오르며 전쟁 임무를 수행하는 묘사로도 보인다. 이 장면은 로봇군단을 지배하는 미래의 거대집단이 로봇의 가공할 힘을 통해 인간을 지배하는 상황을 경고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들은 이러한 로봇 영화에 세뇌되어 무감각증에 걸려 있다.

시인'음악평론가 seodam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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