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클린로드시스템…온도 낮추기 '일등공신' vs "물 튀어 불쾌"

대구시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달 말까지 가동 계획

19일 오후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 반월당~계산오거리 400m 구간에 걸쳐 도로 열기를 식히기 위한
19일 오후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 반월당~계산오거리 400m 구간에 걸쳐 도로 열기를 식히기 위한 '클린로드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폭염 대비와 공기 질 개선을 위해 2010년에 도입된 클린로드시스템은 현재 달구벌대로 만촌네거리~신당네거리 9.1㎞ 구간에서 가동 중이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이달 13일 오전 5시 달구벌대로를 이용해 출근길에 나섰던 김성동(41) 씨는 두류네거리 부근에서 앞서가던 택시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추돌사고를 낼 뻔했다. 김 씨의 놀라움은 곧 황당함으로 바뀌었다. 중앙분리대에서 도로 쪽으로 흘러나오는 물을 차량 본체에 묻히지 않으려고 상당수 차량이 급정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시가 열섬현상을 줄이기 위해 가동하고 있는 '클린로드시스템'이 도심 온도 낮추기에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지만 차량 오염을 우려하는 운전자들의 불만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낮시간대 도로가 뜨거워지는 때에는 운전자들 대부분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새벽 시간이나 퇴근시간대에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씻어낸 물이 곳곳에서 튄다는 이유에서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김영락(43) 씨도 이달 초 달구벌대로를 지나가던 차량으로 인해 물이 튀었다. 처음에는 시원하다 싶었는데 회사에 도착해 보니 땀 냄새가 아닌 악취가 났다. 약간의 얼룩도 남아 있었다. 달구벌대로 중앙분리대에서 나온 물이 도로의 먼지까지 씻어낸 뒤 갓길에 있는 자신에게 튄 것임을 나중에야 안 김 씨는 클린로드시스템에 순간 울화가 치밀었다.

2009년부터 대구 달구벌대로를 중심으로 시작된 클린로드시스템은 중앙분리대에 설치된 살수 노즐을 통해 도로에 물을 뿌린다. 이때 사용되는 물은 도시철도 2호선 내 10개 역사에서 발생되고 있는 유출 지하수다. 도로 세척은 물론 미세먼지를 씻어내기까지 해 친환경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달구벌대로 만촌네거리에서 신당네거리까지 총 9.1㎞ 도로에 하루 900t의 버려지는 지하수를 활용, 열섬현상을 억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낮 1시부터 오후 7시 하루 2차례 40분씩 가동되던 클린로드시스템은 하루 한 차례(오전 4시 30분) 더 살수를 추가했다. 잇따른 폭염특보에 따른 열섬현상 완화와 미세먼지 경감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딜레마는 일부 시민들의 불편이다. 세차 직후의 차량, 오토바이, 자전거 등은 클린로드시스템이라면 손을 내젓는다. 대구시와 대구시설관리공단 등 클린로드시스템 운영 유관기관도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이들 기관에 따르면 운전자의 안전 운행을 위해 중앙분리대에 안내 전광판 21개소를 설치해 살수 전'후 상황을 3단계(안전운행→살수 예정→물청소 중)로 안내하고 있다. 대구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도로에 살수되는 물은 지하 30~40m에서 나오는 자연 발생수로 깨끗한 물이지만 막상 도로를 씻어낸 물이 자신의 차량에 닿으면 운전자들이 불쾌해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대구가 다른 대도시에 비해 강수량이 적은데다 분지 지형이어서 클린로드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세먼지 경감 효과 등 긍정적인 부분이 더 크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운전자들이 느끼는 불쾌감도 있지만 지형 등 여건을 고려했을 때 클린로드시스템이 필요하다. 다만 가동 시간과 수량 조절을 통해 불편을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시는 클린로드시스템을 폭염특보가 해제될 때까지 하루 3차례 가동하며 다음 달 30일까지 가동한 뒤 올해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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