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시장 직접 나서서 방사능 측정·시식

방사능·적조 공포에 손님 뚝…추석·전어 철에 벌이 반토막

싱싱한 활어회를 즐기는 손님으로 붐벼야 할 포항 죽도시장 활어 상가가 평소보다 많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신동우 기자
싱싱한 활어회를 즐기는 손님으로 붐벼야 할 포항 죽도시장 활어 상가가 평소보다 많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신동우 기자

"고기값은 오를 대로 오르고, 손님은 뚝 끊기고. 어시장 생활 20년 만에 이렇게 힘든 적은 또 처음이네요."

4일 오후 7시 포항시 북구 죽도어시장. 20여 년째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동근(56) 씨가 일찌감치 횟집 수족관 뚜껑을 덮고 있었다. 술 손님이 한창 모여들어야 할 시간이지만, 초저녁쯤 한 팀이 오고 난 후 더 이상 사람 그림자조차 볼 수 없어 혹시나 사놓은 고기가 상할까 정리를 하는 참이었다. 예년 이맘때면 밀려드는 손님에 뚜껑은커녕 횟감을 꺼내려 손에 물 마를 겨를이 없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횟집 주인들만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눌 뿐, 활기찬 분위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김 씨는 "방사능이니, 적조니 언론에서 매일 떠드는데 도대체 누가 어시장에 오겠나. 가을 전어가 한창인 요즘은 손님들이 쏠쏠히 몰려들어야 하는데 최근 들어 발길이 뚝 끊겼다"며 "아무리 평일에 손님이 없다고 해도 하루 매출 30만~40만원은 올려야 정상이다. 오늘은 10만원이나 될까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횟감을 기피하는 현상은 포항과 영덕 등 해안 인근보다 대구 등 내륙지역으로 갈수록 더욱 분명하다. 포항수협에 따르면 내륙에서 어류를 구매하기 위해 찾는 활어차는 하루 평균 30여 대.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3분의 1로 줄었다.

포항수협 어판장 관계자는 "매일 오던 내륙지방 활어 운반차량이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꼴로 온다. 다행히 지금은 어업 비수기라 어획량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아서 그렇지 평소 같았으면 어판량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은 추석 상차림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수산물 소비 자체가 줄면서 추석 대목에 북적여야 할 전통시장 생선가게와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는 한산하다.

5일 오후에 찾아간 대구시내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는 다른 식료품 코너들에 비해 손님이 적었다. 이 대형마트의 수산물 코너 생선 진열대에는 동태가 올라가 있지 않았다. 동태는 부침개용으로 손질돼 포장된 채 냉장고 속에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집어가는 손님은 없었다. 동태뿐만 아니라 다른 수산물 앞에서도 손님들은 구매를 주저하다가 결국 돌아섰다. 주부 신상희(43'대구 북구 침산동) 씨는 "방사능 오염수 유출 때문에 이런저런 무서운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솔직히 수산물을 사기가 겁이 난다"며 "아무리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바닷물이 흘러 흘러 방사능이 퍼지면 우리나라 수산물도 안심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같은 날 찾아간 전통시장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전통시장 수산물가게 상인들은 추석 대목이 시작됐음에도 지난해에 비해 반 토막이 난 손님 숫자에 울상을 짓고 있었다. 이날 대구 북구 칠성동 칠성시장 안에서 수산물가게가 많이 몰려 있는 경명시장의 경우 상인들은 돔배기와 동태 등을 열심히 손질하고 있었지만 손질된 생선을 사가는 손님은 드물었다. 한 수산물가게 상인은 "지난해 이맘때쯤에는 어깨가 부딪칠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손님들이 너무 없다"며 "우리나라 바다에서 잡히는 고등어조차도 사려는 사람들이 없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은 차례용 생선 대부분이 일본 방사능 오염수 누출과 관계없는 대서양에서 잡아온 것들이며 원산지 표시도 정확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상원 경명시장상인회장은 "상인들도 일본 방사능 오염수 누출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일본산을 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최근 언론 보도와 사람들 사이에 퍼지는 이야기에 죽어나는 건 전통시장 상인들"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이렇자 관련기관에서는 합동으로 괴담 해명 등 진화에 나서고 있다. 포항시와 포항수협은 5일 오전 7시 20분쯤 포항 죽도어시장에 나가 현장에서 어류의 방사능과 독소 물질 등을 측정했다. 이 자리에서 박승호 포항시장을 비롯해 관련 공무원들과 포항수협 직원들은 직접 회를 시식하며 경북 동해안지역 어류의 안전성을 홍보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대부분의 수산물에서는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가장 많이 검출됐다는 지난 1월 수입된 일본산 냉동 고등어의 경우도 방사성 세슘이 1㎏당 10베크렐이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이 정도 양이라면 고등어 4.6t을 먹어야 병원에서 X선 한 번 찍는 정도와 같은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경북대 정신교 교수(식품공학)는 "일본 방사능 오염수 누출과 더불어 원자력에 대한 불신 등등이 겹쳐 수산물에 대한 불신이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라며 "식약처에서 철저히 조사 중이고 설령 검출되는 양도 인체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도이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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