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서 핵심이 빠진 것을 표현할 때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한다. 역시 찐빵 맛은 앙꼬가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추운 겨울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찐빵을 양손에 옮겨가며 호호 불며 크게 한입 베어 문다. 달달한 팥소의 맛이 혀끝으로부터 전해진다. 이게 바로 어릴 적 먹던 찐빵 맛이 아니던가.
가창찐빵 골목. 대구에서 청도로 가는 30번 국도, 수성구 파동을 지나 달성군 가창 용계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모락모락 피어나는 하얀 김 사이로 찐빵을 사가려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줄이 보인다. 대구에서는 물론 이제 전국적으로 '찐빵마을'로 유명해졌다. 현재 도로 양편으로 8곳의 찐빵집이 늘어서 성업 중이다. 주말에는 찐빵을 사기 위해 주차한 차량들로 길이 막힐 정도다.
지난 2000년 가창면사무소 맞은편인 용계리 53-4번지에 '옛날찐빵집'이 처음으로 문을 열면서 시작된 찐빵가게가 날이 갈수록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 이제 아예 찐빵골목으로 번성한 것이다. 강원도 원주의 황둔찐빵, 횡성의 안흥찐빵 못지않게 달성의 가창찐빵 역시 찐빵업계의 최고 반열에 오른 것이다.
현재 '가창옛날찐빵손만두' 를 운영하는 박지연(53) 사장. 박 사장이 오늘날 가창찐빵을 있게 한 주인공이다. 부산이 고향인 그는 1990년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서울에서 생활하다 대구로 내려왔다. 남편 지인의 권유로 처음 6개월 동안 남의 찐빵집에서 일하면서 기술을 익힌 후 2000년 이곳 가창에 '옛날찐빵집'이란 상호로 찐빵집을 열었다.
손님들이 늘어나고 매출 또한 쑥쑥 올랐다. 박 사장이 찐빵집을 처음으로 개업한 지 4년 만에 도로 맞은편에 제2호 찐빵집이 나타났다. 그런 후 다시 2년 사이에 무려 11곳의 찐빵집이 생겨난 것이다.
박 사장은 "찐빵집이 한 곳보다 두 곳 있을 때가 낫고 나중에 여러 업소가 한 곳에 어울려 있으니 매출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올라갔다"며 "지금도 항상 '원조'를 내세우는 대신에 다른 찐빵집과의 유대와 화합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박 사장은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기 1년 전인 2010년 2월에 청도 쪽 대구텍 맞은편에 '가창옛날찐빵손만두' 분점을 냈다. 본점은 면적이 28㎡에 불과한 반면 분점은 100㎡로 3배 이상 넓다. 직원도 본점엔 4명, 분점엔 7명이 근무한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위한 도로개선책으로 대구시가 이곳 찐빵골목을 가로지르는 기존 국도를 확장한데다, 상인~범물 4차선 순환도로 가창 나들목이 설치된다는 것을 감안해 분점을 낸 것.
그는 "막상 분점을 내고 영업에 들어갔으나 예상과는 달리 매출이 3분의 1 정도로 뚝 떨어졌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도로 여건이 좋아지는 바람에 미처 찐빵가게를 보지 못하고 지나쳐 하루 장사를 망치기 일쑤였다"고 했다.
박 사장의 가게에서 만들어지는 찐빵은 우선 밀가루, 물, 설탕, 소금, 이스트, 베이킹파우더 등을 적당량 넣고 기계에서 7분 정도 반죽한다. 찐빵 1개당 반죽(생지)된 밀가루 40g에 팥소가 65g이 들어간다. 밀가루보다 팥소의 양이 훨씬 많다. 이를 40분 숙성시킨 후 찜통에서 1차로 95%(6분) 정도 쪘다가 나머지 5%는 손님에게 팔 때 다시 살짝 찌면 먹음직스런 찐빵이 탄생하게 된다.
가창 찐빵의 당도는 50브릭스(brix) 정도로 달달하다. 특히 다른 찐빵과는 달리 팥 앙금을 사용한다는 점과 그 양도 2, 3배나 더 많이 넣어 맛이 좋다는 점이다.
박 사장은 "다른 지역 찐빵집에서 가창찐빵을 빗대 값싼 재료를 주로 중국에서 수입한다거나 아예 찐빵을 칠성시장 등지에서 사 와서 그냥 찌기만 해서 판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며 "이제는 가창찐빵의 명성을 누구나 알아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찐빵집과 비교해 찐빵의 맛, 가게 내부의 디스플레이, 간판, 상호 등을 차별화하기 위해 지난해 상표등록을 했다. 한발 앞서 노력하다 보면 가창찐빵이 전국을 대표하는 '명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가창찐빵이 결코 '앙꼬 없는 찐빵이 될 수 없다' 그말입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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