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최초의 콘서트 전용홀로 새롭게 출발하는 대구시민회관. 21일 음향테스트를 위해 열린 대구시립교향악단의 공연에서 음악 관계자들은 음향에 대해 합격점을 매겼다.
현재 시뮬레이션 상 측정되는 잔향 시간은 2.06초. 객석이 꽉 들어찬 상태에서도 2초 대에 가까운 잔향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예술의 전당이 2.1초인 것을 감안하면 최고 수준의 음질이라고 볼 수 있다. 2층 객석까지도 마치 오케스트라가 코앞에서 연주하고 있는 것처럼 풍부한 사운드와 강렬한 감동이 그대로 전달됐다.
최승욱 대구음악협회장은 "음향판 반사를 통해 만들어낸 것과는 달리 악기 본연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좋았다"며 "음악인들이 행복한 환경에서 연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잔향은 소리가 100만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일컫는다. 잔향 시간이 2초 정도가 되면 소리를 멀리, 풍부하면서도 부드럽게 전달하는 울림이 뛰어나 클래식 음악 감상에 최적으로 꼽힌다. 잔향 시간이 짧으면 소리가 명확한 대신 메마르게 들리고, 너무 길면 울림이 과해 메아리가 생기는 문제점이 있기도 하다.
대구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의 평가도 좋게 나왔다. 한 단원은 "처음에는 울림에 익숙하지 못하다 보니 서로 악기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등 잠시 혼란을 겪었지만, 시민회관 연주 횟수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소리가 편안하게 감싸 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이렇게 탁월한 음향수준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시민회관 그랜드홀이 직육면체인 슈박스(Shoebox) 형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슈박스형은 흔히 볼 수 있는 부채형의 다목적홀과는 달리 대극장이면서도 객석과의 거리를 가깝게 유지하고 소리를 한결 고르게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양 아람음악당이 슈박스 형태다.
울림이 좋아 음향 장비를 사용하기는 곤란하다. 시민회관이 본래의 소리 그대로를 사용하는 클래식, 성악 공연만 가능한 콘서트 전용홀이라고 하는 이유다. 또 워낙 소리가 잘 들리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크게 표가 날 수 있어 연주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설 수밖에 없는 무대이기도 하다. 객석에서 내는 아주 작은 말소리나 잡음도 크게 확산돼 연주에 방해를 줄 수 있으니 관객들도 좀 더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좁은 무대는 많은 이들의 지적을 받았다. 기존 시민회관의 뼈대를 그대로 유지한 탓에 내부 공간을 넓힐 수가 없다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 이날 75명 정도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무대에 섰지만 조금 답답해 보였다. 클래식 공연의 경우 많을 때는 100여 명의 연주자가 한꺼번에 무대에 올라야 할 경우도 있어 비좁은 감이 느껴질 수 있다.
배선주 관장은 "최고의 시설 인프라를 갖춘 만큼 앞으로는 수준 높은 작품과 세계적 연주자 초청 연주 등을 통해 시민회관을 한국을 대표하는 콘서트홀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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