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사회학의 개척자 에밀 뒤르켐 이후 자살은 개인적 문제에서 사회적인 문제로 의미가 바뀌었다. 자살을 광기나 우울증, 신경쇠약, 자아분열 등과 같은 의학적 혹은 심리학적 병리 현상의 증후로 간주하는 프로이트와 달리 뒤르켐은 인간의 외부적 영역에 있는 요인들이 인간의 내부 행동 영역에 뛰어듦으로써 자살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그 외부적 영역의 요인 중 많은 학자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 소득 불평등과 빈곤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는 그러한 연구의 대표적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저자 제임스 길리건에 따르면 기존의 연구 성과를 종합 검토하고 통계 수치를 다시 해석한 결과 1900년부터 2007년까지 108년 동안 자살과 살인은 공화당 정부 때가 민주당 정부 때보다 인구 10만 명당 38.2명이 더 많았다. 이를 현재 미국 인구에 대입하면 민주당 집권 때보다 공화당 집권 때에 자살자와 타살자가 11만 4천600명이 더 많다.
이뿐만 아니다. 공화당 정부 때 자살과 살인은 증가 일변도인 반면 민주당 집권 때는 감소 일변도였다. 길리건은 이것이 우연일 확률은 1천분의 1도 안 된다고 한다.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그 답은 공화당 집권 때의 중간소득층 이하의 실질소득 증가율이 부유층보다 크게 밑돌았고 민주당 정부 때의 저소득층과 중간소득층의 소득 증가율과 비교해도 크게 낮았다는 데 있다.
결론은? 소득 불평등이 자살과 살인율을 높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결과는 근본적으로 공화당의 상대적 빈곤을 키우는 부유층 중심의 정책에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미국 사회에서 자살과 살인은 '정치적인 문제'라는 얘기다.
이는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990년에서 2012년까지 자살률과 주요 거시경제 지표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자살률은 소득 불평등 수준을 나타내는 지니계수와 완전에 가까운 정비례 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소득 불평등 정도는 OECD 회원국 가운데 9번째로 높고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8년째 1위이다. 길리건의 진단이 맞다면 그 원인은 분명히 정부 정책에 있다. 정부가 국민을 자살로 모는 무서운 시대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그런 정부가 진보 정부인지 보수 정부인지 알려주는 정보가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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