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토의 72%에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몽골. 이곳도 대부분 지역이 산림과 초원이었을 정도로 푸르디푸른 산야를 가진 적이 있었다.
몽골의 사막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가축 과방목과 무분별한 벌목이다. 몽골 정부 보고서엔 최근 20년간 가축 과방목과 남벌로 인한 숲 파괴면적이 12만5천㏊에 달한다고 돼 있다. 이 면적은 몽골 정부가 2035년까지 30년간 30억달러를 투입해 복원하려는 숲 면적(20만㏊)의 60%에 해당한다.
몽골의 상당수 마을에는 집들과 담장들이 나무로 돼 있다. 취재진과 동행한 경북대 김판기 교수는 "이는 마을 인근에 울창한 산림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몽골의 산림 여건으로 볼 때 목재로 사용할 수 있는 나무는 러시아나 중국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몽골의 물류비가 엄청나서 시골 주민들의 경제 형편상 그럴 계제가 못 된다는 것. 주민들이 수년 전까지 인근 산에서 베어 낸 나무들을 갖다가 집을 짓거나 울타리를 만드는 데 사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뭉근머리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 동북쪽으로 200㎞쯤 떨어진 지역에 있는 뭉근머리트까지는 자동차로 6시간가량 걸리지만 도로 곳곳에 개울이 흐르고 있어 짐을 실은 화물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 형편이 못되었다.
취재진이 현지에 갔을 때 마을 한쪽에선 벌목한 원목들이 상당히 쌓여 있었다. 주민들은 러시아에서 수입한 것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현지 마을 여건상 수입목이 들어온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자기네들은 벌목을 하면서 외국에서 돈을 지원해 나무를 심는 아이러니를 주민들이 발뺌하려 그렇게 말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외국에서 막대한 자본을 들여와 조림사업을 도와주는 마당에 본인들이 벌목하고 있다는 것을 시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 여기다 상당수 가구에서 땔감도 나무를 쓴다.
한 주택 서까래를 분석한 김 교수는 "활엽수들이 초기에는 정상적인 성장을 하다가 몇십 년이 지나면서 성장 환경이 크게 나빠진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몽골 현지 주민들은 나무를 심으면서 일당을 받는다. 부업거리가 생기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매년 나무를 심기만 하면 그게 잘 자라든, 자라지 않든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나무가 잘 자라지 않는 것이 다음해에 더 많은 나무를 심을 수 있어 좋을 수도 있었다.
이 때문에 방목한 가축들이 나무를 뜯어 먹어도 애달아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어린 묘목들의 경우 가축들에겐 좋은 먹잇감이었다. 나무가 어느 정도 자라면 키가 닿지 않아 동물들의 먹이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어린나무 경우 풀이 갈수록 줄어드는 초지에서 가축들에겐 소중한 식량이었다.
대구은행의 경우 얼마 전까지 심각한 고민을 했다. 처음 이곳을 둘러봤을 때 눈을 의심했다. 2010년 20㏊에 6만 그루나 심었다던 나무들이 제대로 활착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은행에선 효과가 없는 이 사업을 계속할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수종 선택이 잘못됐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어린 묘목들을 방목한 가축들이 먹어치워 버린 탓도 있었다. 초기엔 현지인들이 비술나무를 심었다. 이 수종은 성장 속도가 무척 느린 나무. 기후 조건이 비교적 온난한 한국에서도 생장 속도가 느리다고 지적을 받는 나무들이다. 여기다 초식동물들이 어린싹을 뜯어먹어 버리니 버텨내지를 못했다. 동북아산림포럼 남원희 상임위원은 "수종변화를 꾀하면서 주민들이 조림한 지역에는 방목을 삼가도록 협조를 구했더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래서 주민들의 자발적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경제적 이득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대구은행이 이 사업에서 지난해 비타민 나무를 심은 것도 이 때문. 지난봄 대구은행은 이곳에 1천200여 그루의 비타민 나무를 심은 데 이어 10월 중순부터 다시 1천500여 그루를 심었다. 1ha의 조림지에는 지난봄에 심은 나무들이 대부분 활착해 있었다. 통상 이곳에 심은 어린 묘목들의 활착률이 20~5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활착률이다. 이는 대구은행의 적극적인 지원에다 마을주민들의 협동화 사업이 적극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경제 수종인 비타민 나무를 심어 열매를 수확하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했기 때문이다. 비타민 나무는 울란바토르 인근 지역에 많이 심겨져서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이곳 주민들은 잘 알고 있었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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