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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심리적 부검 등 적극적 방지책 자살 막아

법원이 우울증으로 자살한 공무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국세청 공무원인 A씨는 과도한 초과 근무와 업무 스트레스로 유서를 쓰고 자살했다. 유족은 공무원연금공단에 보상금을 청구했지만, 자살은 기질적인 문제라며 공단이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과중한 업무가 발병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패소 판결을 했지만, 항소심은 심리적 부검을 통해 업무상 재해 판결을 내렸다. 심리적 부검이란 전문 감정인이 가족과 직장 동료 등을 심층 면담해 자살자가 사망하기 전 일정 기간의 심리 상태와 변화를 조사하는 것이다.

최근의 판결을 보면, 법원은 업무상 재해의 범위를 점차 넓히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구제역 가축 살처분 작업에 참여한 뒤 극심한 스트레스로 자살한 축협 직원과 업무 실수로 소송에 시달리다 자살한 법원 공무원에 대해서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그 범위를 더욱 넓혀 법원이 처음으로 심리적 부검을 도입해 업무상 재해의 범위를 보다 광범하게 조사하고, 그 결과를 증거로 인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살은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데 관심을 둬야 한다. A씨만 하더라도 과도한 업무에 따라 인력 충원을 요청하고, 수차례나 주변에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결국 자살을 택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지난해 인구 10만 명당 33.4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 근로자의 산업재해 사망률도 근로자 1만 명당 1.92명으로 선진국의 5배가 넘는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자살률과 산업재해 사망률을 낮춰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1980년대 중반, 자살률이 30.3명으로 세계 최고였던 핀란드가 심리적 부검 등 정부의 적극적인 사전 정책을 통해 지난해 17.3명으로 줄였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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