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층간소음, 아래층만 피해? 위층도 피해자!

항의 전화·잦은 방문…인터폰만 울려도 가슴이 철렁

주부 도모(35'대구 동구 효목동) 씨는 최근 두 아들의 유치원'어린이집 겨울방학이 시작된 뒤부터 아파트 인터폰만 울리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래층이나 관리실에서 걸려온 층간소음 항의 전화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파트로 이사 온 뒤 매주 항의 전화가 걸려왔고, 직접 찾아와 항의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작은 선물을 주며 사과도 하고 바닥에 매트도 깔고 아들에게 여러 차례 주의도 줬다. 하지만 이젠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인터폰을 울리는 아래층이 야속하기만 하다. 도 씨는 "날씨가 추워지고 방학이 시작되면 아들과 집에 머무를 시간이 많을 텐데 인터폰이 울릴 생각을 하면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말했다.

그간 층간소음의 가해자로만 지목됐던 위층 주민 역시 아래층의 잦은 항의로 인한 피로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위층 주민들은 '우리도 층간소음 피해자'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층간소음 중재'상담을 하고 있는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접수된 층간소음 피해 사례 4천535건 중 543건(12.0%)이 아래층 항의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로 늦은 시각에 층간소음에 관한 항의 전화를 하거나 잦은 방문으로 이웃 간 불화가 만들어진 경우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아래층의 강력한 항의는 이웃 간 몸싸움으로 번지는 등 항의 강도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달 국민 3천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층간소음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79%(2천396명)가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이 중 54%는 층간소음으로 이웃과 말싸움(44%), 보복(7%), 몸싸움(3%) 등 다툼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 최근 대구지역에는 아래층 주민이 층간소음 문제로 위층 주민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했었다. 아래층에 살던 A(49) 씨가 올 10월 7일 늦은 밤 위층을 찾아가 아이들 뛰는 소리로 시끄럽다며 욕설을 내뱉었고 다음 날 아침 출근하던 위층 부부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등 한바탕 난동을 부린 것.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 양상이 험악해지자 위층 주민 역시 층간소음 갈등으로 얽힌 매듭을 풀고 싶다는 입장이다. 아파트 5층에 사는 주부 곽모(38'달서구 감삼동) 씨는 "늦은 밤도 아니고 낮이나 초저녁부터 아래층에서 시끄럽다며 위 천장을 쿵쿵 치거나 수시로 찾아와 항의하는 데 매번 사과하는 것도 스트레스다"며 "아래층 못지않게 위층 역시 층간소음 문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으로 인한 다툼은 이미 이웃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에서 발생하므로 당사자 간 해결보다는 제3자의 도움을 얻으면 갈등을 원만하게 풀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선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기 전에 관리사무소나 층간소음관리위원회와 같은 주민 자체 조직을 통해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도 갈등이 풀리지 않을 경우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1661-2642)로 갈등 중재 요청을 하면 된다. 이곳 센터에서는 직접 현장 방문을 통해 소음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제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관계자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위아래 세대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이다. 나만 피해자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위층은 작은 소음도 아래층에는 크게 들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항상 조심해야 하며 아래층은 되도록 낮에 위층에 주의를 당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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