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3대 진미(珍味)로 제비집과 전복 그리고 샥스핀을 꼽는 경우가 있다. 제비집은 바다제비가 지은 집으로 만든 요리를 말한다. 청나라의 건륭제가 아침에 일어나 공복에 수프처럼 즐겨 먹으면서 '황제의 음식'으로 널리 알려졌다.
중국어로 '옌워'(燕窩)라고 하는 제비집은 바다제비가 해안 절벽에 해조류와 생선 잔해 등에 침을 발라 만든 둥지를 뜯어다 만든 요리이다. 이렇게 재료가 희귀하고 채취가 어려우니 최고급요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복' 요리는 말린 재료를 더 귀하게 여기는데 중국말로 빠오위(鮑魚)라고 한다.
샥스핀은 상어의 지느러미를 일컫는다. 영어의 'Shark's Fin'에서 나온 용어인데, 중국어로는 '위츠'(魚翅)라고 부른다. '무시불성석'(無翅不成席). 즉 '샥스핀이 없으면 연회가 아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인들이 귀하게 여기는 요리이다.
이 또한 청나라 황실 요리상에 본격 등장하면서 귀족층의 최고급 요리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샥스핀 수요가 급증하자 상어의 씨가 마르게 생긴 것이다.
다행히도 이젠 그 걱정을 좀 덜게 되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당정기관 국내 공무접대 관리규정'에서 샥스핀과 제비집 요리 등의 퇴출을 명시한 것이다. 당연히 최고급 요리를 선보이기 마련이던 국빈만찬에서도 샥스핀이 사라졌다.
샥스핀 퇴출 운동은 '샥스핀 제로 중국 프로젝트팀'이라는 시민단체가 주도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아무튼 반부패 운동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중국의 샥스핀 퇴출 운동은 뜻밖의 부수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세계 환경보호단체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의 식탁이 고급화되면서 연간 1억 마리의 상어가 지느러미가 잘린 채 버려졌다고 한다. 그것도 샥스핀의 절반이 홍콩을 통해 거래된다는 불명예를 안고 있었는데, 이제는 지구환경 보호에 중국이 청신호를 밝혔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연말 서울 명동 일대에서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에코볼런티어센터 회원들이 'NO EAT 샥스핀'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다. 최고급 자양강장식품으로 알려진 샥스핀의 주성분은 단백질의 일종인 콜라겐으로, 따지고 보면 그 영양과 효능이 과장된 측면도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중국이 잔인한 식탐과 과욕을 자제해 무분별한 상어 포획을 막고 지구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것은 대국으로 부상한 풍모에도 걸맞은 처사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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