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名 건축기행] <10> 도시의 상징-디아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낙동강변 비행선…어느 별에서 왔니?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천혜의 자연환경 위에 세워진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천혜의 자연환경 위에 세워진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 '디아크'. 대구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대구를 상징하는 건축물은? 갑자기 묻는 질문에 건축을 전공하고 있는 나로서도 자신 있게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세계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우리는 쉽게 그 도시를 상징하는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케빈 린치의 도시 이미지를 구성하는 5가지 요소(상징물, 길, 교차로, 경계, 구역) 중에서 상징물이 도시의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는 첫 번째인 이유라 할 것이다. 물론 상징물의 호불호는 경우에 따라서 논란의 여지는 있겠으나-도시미학적 관점에서나 경제적 관점에서든-도시의 브랜드적 관점에서는 그 가치를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250만 명을 넘어서는 대구시에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대표 건축물이 없음은 서울, 부산 등과 비교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최근 도시 브랜드를 높이고 이에 따른 도시의 삶의 질과 경제적 가치까지를 도모하려는 도시 이미지를 위한 노력들이 공공디자인 개선을 비롯한 민관의 노력과 함께 경쟁하듯이 나타나고 있다. 대구의 경우 동성로 공공디자인개선, 중앙로 대중교통지구 조성, 근대골목 조성, 대구읍성 상징거리 조성 등이 이러한 취지의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대구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에 있어서는 효과적이라 할 수 있으나 다른 대도시와의 행보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빈약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연히 대구에서 성주로 가는 길, 해 질 무렵 낙동강변에 마치 우주선이 살짝 내려앉은 것 같은 컬러풀한 건축물을 발견하고 '저게 뭐지?' 하고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멀리에서나마 궁금해했던 건축물이 있다. '디아크'(The ARC). '언제 저런 건물이 세워졌지?'

디아크는 'Architecture of River Culture' 또는 'Artistry of River Culture'로 강의 문화를 담는 건축물 또는 예술품을 이르는 약어로, 낙동강을 중심으로 강과 관련한 역사 및 물 환경의 소중함을 전시 테마로 하는 전시관이다.

디아크를 설계한 하니 라쉬드(Hani Rashid)는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의 YAS호텔, 네덜란드 할레머미라의 HYDRAPIER 파빌리언, 스페인 빅토리아의 빅토리아 뮤직센터 등 혁신적인 건축물들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전 세계 현대도시의 상징적인 건축물을 독특한 디자인의 비정형 건축물을 설계하고 있는 주목받는 건축가이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은 완공과 함께 그 도시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됨은 물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으며, 세계의 여러 도시가 그의 작업을 기대하고 있다. 디아크는 그가 항상 강조해왔듯이 건축과 테크놀로지, 그리고 자연과의 융합을 콘셉트로 한다. 디아크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중간지점, 강과 들판으로 둘러싸인 탁 트인 경관 한가운데 있어 멀리서 보면 하늘과 강이 만들어내는 수평선 위에 닿은 하나의 물방울 모습이다.

건축물의 1층은 주변의 평탄한 대지에 돋은 지하층 같은 기단 역할을 하고 있으며 2, 3층은 유선형의 독특한 형태 속에서 전시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빈 중앙 홀과 옥상에 이르는 조금은 과장된 계단과 엘리베이터 샤프트는 내부 전체의 동선과 공간을 지배하고 있어 방문자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물과 강을 테마로 한 전시기획은 건축물의 조형 의지와 콘셉트에 조우하고 있으며, 또 하나의 중요한 공간의 감동은 옥상정원에 이르러 주변의 경관과 함께하면서 나타난다. 강, 들, 그리고 산으로 펼쳐진 주변경관과 함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옥상의 수공간은 우리에게 특별한 감동을 안겨준다. 순수자연이 펼쳐져 있는 대자연 속에 놓인 유선형의 유기적인 형태, 가장 인공적인 재료로 만들어진 유니크한 형상은 주변 자연과 건축물이 극한 대조를 이루어 내면서 서로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대자연과 마주하는 옥상정원에서 주변의 강과 푸른 하늘 아래에서 유선형의 스카이라인을 만들어 내는 건축물의 실루엣과 함께 정제된 10㎝ 수면은 거울과 같이 하늘을 담아내고 있다.

건축물의 외부재료는 PTFE 시스템의 첨단 패브릭 소재로 이루어져 있어 밤이 되면 외피의 색이 변하는 조명 시스템과 단열, 그리고 공기압을 넣은 첨단 튜브의 표피 시스템으로 만들어져 있다. 또한 메탈 금속 패널은 유선형을 위한 곡선 패널로 유니트화 되어 있어 신소재의 사용 등에서 현대건축의 첨단에 서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내부공간의 백색 벽면, 파란색의 계단과 엘리베이터 샤프트는 대조를 이루면서 푸른 물속을 연상하게 한다.

건축가의 눈에 보이는 한국의 자연과 대비되는 건축적 추상성은 건축물 자체가 주는 신선함과 경이로움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지만, 다소 이질적 거리감은 부담감으로 다가선다. 또한 도면으로 읽었던 건축가가 의도한 건축물과 실제의 완공된 건축물의 디테일에서 나타나는 퀄리티의 차이가 해외에서의 건축물과 비교할 때 많은 괴리감으로 드러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그 이유가 기술력의 차이일 수도 있고, 공사비 또는 공사기간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며, 우리나라의 많은 건축물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건축물이 건축물로서의 상징성만으로 존재하고 도시의 삶 속에 융화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뛰어난 건축가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도시의 자산으로 남을 수 없다. 건축물을 우리 삶의 문화로서 소비하고 유희함으로써 도시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 가벼운 마음으로 미술관을 찾고 공연장을 찾아가듯이 건축물을 감상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디아크가 대구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살아날 수 있을지는 현재진행형이다. 주말 낙동강을 옆에 두고 낯선 건축물 앞에서 현대건축의 담론을 나누어 보심은 어떨는지….

도현학 영남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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