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中 장수기업들의 '절대 상도'…『800년 장사의 비밀』

800년 장사의 비밀/서유진 지음/틔움 펴냄

누구나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혹은 기업이 오래가기를 원하지만 많은 가게와 기업들이 몇 해 안에 망한다. 우리나라의 치킨 가게 중 절반은 개업 3년 안에 문을 닫고, 80%는 10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통계도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중국 기업의 평균수명은 2.5년이라는 보고서도 있다.

'800년 장사의 비밀'에 소개된 11개 가게와 기업의 평균 나이는 282세다. 송나라 때인 1140년 영업을 시작한 바이주(白酒) 우량예(五糧液)는 874세로 가장 나이가 많다. 장아찌 가게 류비쥐(六必居)는 484세, 오리구이점 취안쥐더(全聚德)는 150세다.

이 가게들 혹은 기업들은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랜 세월 운영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중국 거상 교치용의 말을 인용해 '장사의 첫째 신조는 의리, 둘째는 신용이며 마지막이 이익이다'고 말한다.

베이징덕 하면 곧장 연상될 정도로 이름난 '취안쥐더'는 '덕을 모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가게는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오리를 굽기 전에 손님이 지정한 오리의 발에 고유번호를 새긴 동판을 묶고, 번호가 달린 채로 구워서 내놓는다.

2003년 사스(SARS: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가 발생, 하루에 손님이 5명밖에 없었을 때도 계속 문을 열었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올 엄두도 내지 못했기 때문에 매출이 급감했지만 취안쥐더는 고객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주방의 불을 꺼뜨리지 않겠다는 자신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문을 열었다.

한약방 퉁런탕(同仁堂)은 우황청심환을 처음 만든 한약방이다. 1669년 한약방을 시작한 이래 345년 동안 꾸준히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기업이다. 퉁런탕의 주요 제품들은 모두 연 10% 이상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세계의 성장엔진으로 불리는 중국 경기가 급격히 둔화되고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지만 퉁런탕은 여전히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한다.

이 회사는 수험생들이 고향에서 먼 곳으로 가서 시험을 치느라 자주 병에 걸린다는 사실을 알고, 중국 전역의 여관과 숙소에 '평안약'을 만들어 무료로 전달했다. 물과 음식이 달라 배탈과 스트레스로 고생하던 수험생들은 평안약을 먹고 안정을 찾았다. 퉁런탕의 명성은 중국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의 '위기'를 이용해 눈앞의 이익을 좇는 대신 퉁런탕은 중국인의 인생에 자신들이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800년 장사의 비밀'은 중국에서 대표적 장수기업 11개를 선정해 그들이 시대를 초월해 지켜온 '절대상도'와 '영업 노하우'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231쪽,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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