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돈=능력 있는 사회인 현실 타협 청춘 자화상?

유리상자 아트스타 배문경전…31일 시민 에코백 만들기 행사

봉산문화회관이 신진작가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2014 유리상자-아트스타'에 배문경(26) 작가가 초대됐다.

회화를 전공한 배 작가는 다음 달 22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Cloned Me'라는 명제가 붙은 설치 작품은 수백 개의 인간 형상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 형상 모듈은 주변 이미지를 투영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얇은 직사각형 판재를 레이저로 오려 인물 실루엣을 만드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인물 실루엣은 작가 자신의 전신 실루엣을 복제한 것으로 '옆을 보면서 양손을 허리에 받친 자신감 넘치는 자세'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넘기며 멋을 내는 자세' '팔짱을 낀 채 당당하게 응시하는 자세' 등 3가지 모습을 하고 있다.

작가는 인간 형상 모듈을 반복적으로 배치해 정사각형 형태의 인물판을 만들었다. 이러한 인물판을 다시 일정한 간격으로 상하로 배치해 9개의 층으로 인간 형상 모듈을 집적시켰다. 천장 부분과 바닥 부분에는 작은 크기의 정사각형 인물판을 놓고 중간으로 갈수록 점점 넓은 정사각형 인물판을 놓아 전체적으로 보면 설치 작품은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팔면체 큐브를 닮았다.

인간 형상 모듈의 반복과 집적으로 요약되는 설치 작품은 작가가 세상과 맺는 관계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무한 경쟁사회에 뛰어든 이 시대 젊은이들은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돈=능력 있는 사회인'이라는 획일화된 가치를 종용받고 있다. 20대인 작가는 인간 형상 모듈을 통해 이러한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자신의 내면을 형상화한 인간 형상 모듈은 현실의 무게를 넘어서서 당당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산물인 동시에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삶을 살기 위해 꿈을 버리고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젊은이들의 이중적인 자화상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작가의 설치 작품은 획일성을 종용당하는 사회 속에서 부유하듯 존재하는 작가의 자기고백인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인 셈이다.

특히 이 작품은 사방이 유리로 된 전시공간(유리상자)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유리상자는 닫혀 있으면서 열린 역설의 공간이다. 작품 속에서 유리상자는 사회라는 존재로 해석된다. 유리에 비친 설치 작품과 유리를 통해서 보는 설치 작품의 이미지는 사회(유리상자)에 갇힌 젊은이들(설치 작품)의 은유적 모습이다. 이에 대해 배 작가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은 획일화된 틀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군상을 이룬 실루엣 형상들은 사회 가치에 맞춰 살아가기를 요구하는 주변환경에 대한 나의 대응을 형상화한 것이다. 나의 실루엣으로 이루어진 복제된 형상들은 획일화된 삶을 강요받는 압박감 속에서 자아를 찾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봉산문화회관은 31일 오후 3시 아트스페이스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나만의 실루엣 인형을 이용한 에코백 만들기' 행사를 진행한다. 참가자를 찍은 이미지를 이용해 자신만의 실루엣 인형을 만든 뒤 그것을 활용해 에코백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으로 6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참가비는 3천원. 053)661-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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