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소방시설 없는 소규모 요양병원 화재 사각지대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참사로 6분 만에 21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대구'경북의 요양병원은 과연 안전한지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대다수 요양병원도 화재 등 비상 상황에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바닥 면적에 상관없이 간이스프링클러, 자동화재탐지설비 등을 갖추도록 한 노인복지법의 적용을 받는 요양시설과는 달리 의료법의 적용을 받는 요양병원들은 1,000㎡, 4층 건물 이하 건물이라면 방재시설의무가 주어지지 않는다.

이런 허점 때문에 대부분 2, 3층 시설인 요양병원들은 화재 안전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화재가 날 경우, 시설의 안전장치가 갖춰져 있지 않은데다 거동마저 불편해 노인 환자들은 꼼짝없이 당하게 되어있다. 또한 야간에는 비상구를 잠그기 일쑤여서 화재시 대량 인명피해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환자들을 부축해서 탈출을 도와야 할 요양보호사 숫자도 환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경북의 한 요양병원에서 여성 요양보호사 2명이 환자 35명을 돌보고 있는 사례가 좋은 증거이다.

고령화 여파로 실버산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요양기관이 우후죽순으로 난립하고 있지만, 의료서비스나 안전관리 등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요양병원은 1천260여 개로 2008년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 대구'경북에도 그 사이 20여 개의 요양병원이 약 160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문제는 환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의료진이다. 이 때문에 중증 환자들의 손발을 묶는 조치가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있고, 이것이 인권침해 논란은 물론 화재 등 응급상황 때 속절없는 피해로 연결되는 것이다. 안전시설과 안전교육도 대부분 형식적이다.

현행법상 5천㎡ 이하의 건물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이들 건물에 입주한 요양병원은 화재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요양병원 화재는 대형참사로 이어지기 쉬운 만큼 더욱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안전관리 매뉴얼 정비가 시급하다. 수익사업에 눈이 먼 요양병원의 무분별한 난립과 부실운영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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