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함께 대파 모종을 심는 날. 평소 농사일을 잘 않던 할아버지도 모처럼 팔을 걷어붙이고 할머니를 돕는다. 나름대로 열심히 돕지만 할머니 입에서 줄줄 새나오는 건 구박뿐이다. 결국 할아버지는 집으로 들어가고 만다. 그런데 방에 들어간 할아버지가 흙냄새 밴 옷을 벗고 양복차림의 신사로 변했다. 할아버지는 집에서 늘 이렇게 선비처럼 정갈한 모습으로 지낸다.
시골 농부의 반전은 이뿐이 아니다. 할아버지의 방에는 벽면마다 책이 가득하고 그 종류도 다양하다. 고된 농사일이 끝난 뒤 찾아온 꿀맛 같은 저녁. 한데 할아버지는 식사도 하지 않고 서재에 들어 가버린다. 한참이나 방에 있던 할아버지는 일기를 쓰고 계신다. 일기를 쓴 지 벌써 55년. 일기는 할아버지의 인생 그 자체가 됐다.
사실 할아버지는 평생 과업일 줄 알았던 농사일을 환갑 때 그만두었다. 돌아가시기 전날까지 일만 했다는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그 이유였다.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할머니에게 전답을 팔자고 했던 할아버지. 처음에는 반대가 심했던 할머니도 나중에 할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할머니의 세심한 챙김을 받고 향교로 향한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기 위해 유건을 쓰고 도포를 입는다. 젊었을 때부터 선비가 되고 싶었지만 입에 풀칠하기도 바빠 농사만 지어왔던 할아버지. 지금은 할머니의 내조 덕에 마음 편히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고 있다. 늘 할머니가 고마웠던 할아버지는 뭐라도 돕고 싶어 설거지에 도전했다. 하지만 실력이 서툴렀는지 오히려 할머니가 두 번 일하게 된 상황이다. 조용히 그릇을 다시 헹구던 할머니는 의외로 몰래 미소를 짓는다. 이번 주 '장수의 비밀'에서는 함께 지내온 세월만큼 따뜻한 진정이 느껴지는 신권식 할아버지(86), 이민원 할머니(81) 부부의 일상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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