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대 둘러싼 디지털, 현실 소통 공간…『디지털 시대의 청소년 읽기』

디지털 시대의 청소년 읽기/카베리 수브라맨얌'데이비드 슈마헬 공저/도영임'김지연 옮김/에코 리브르 펴냄.

현대 청소년들은 온종일 컴퓨터와 인터넷, 비디오 게임, 모바일폰, 각종 휴대용 기기 등 디지털 미디어에 둘러싸여 지낸다. 게임 디자이너 마크 프렌스키(미국의 교육 전문가)는 이런 현대 청소년들을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디지털 시대에 태어났고, 디지털 세계에 온 마음을 쏟으며 산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이주해온 부모 세대와 달리 현대 청소년들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부모 세대는 설명서를 읽어도 이해하기 힘든 디지털 카메라 사용법이나 인터넷 접근법을 디지털 원주민인 청소년들은 안내서 없이도 척척 알아낼 수 있다. 또한 부모 세대에게는 없어도 그다지 불편하지 않은 검색엔진이 이들에게는 필수품이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폭넓은 접근 기회를 가진 청소년들은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생산하며 공유한다. 이들은 확실히 이전 세대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며, 활용하고 있다. 또 새로운 정보에 대한 접근 속도 역시 이전 세대에 비해 굉장히 빠르다. 그러나 그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 역시 만만치 않다.

'디지털 시대의 청소년 읽기'는 청소년들의 삶에서 디지털 도구가 미치는 영향과 역할을 정리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 생활이 그들의 발달과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폭넓게 연구하고 정리한 책이다. 내용이 다소 딱딱하지만 디지털 문화 차이로 자녀와 갈등을 겪는 부모들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책은 몇 가지 질문으로 시작한다.

청소년들은 어떤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며, 그것으로 무엇을 하는 것일까? 청소년기에 맞이하는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테크놀로지는 도움이 될까, 아니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까?

디지털 세계에서 이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행동이 나타나는 것일까, 예전부터 인류에게 이어져 오던 행동이 디지털 세계로 옮겨가는 것일까? 아동과 청소년들이 테크놀로지를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은이들은 이렇게 답한다.

청소년들에게 온라인 환경은 문화 공간이고, 그 안에서 스스로 규범을 창조하고 공유하며 다른 청소년들에게 전달한다. 디지털 문화는 역동적이고, 사용자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내고 전파한다.

또 기성세대가 우려하는 것처럼, 청소년들은 맹목적이고 수동적으로 온라인의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청소년들은 다른 청소년들과 연결하고 현실 세계와 온라인 세계를 결합하여 자신이 당면한 발달 과업을 해결하고 삶의 맥락을 창조하려고 노력한다.

책은 결론적으로 '청소년들에게 오프라인 삶과 온라인 삶은 연결되어 있다'고 정의한다.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 도입기에 나온 이론들은 '사용자가 온라인에 들어가면 자기의 물리적 실체를 떠나 새로운 가상의 자아를 만들며, 사이버 공간에서 사용자는 익명으로 존재하며 낯선 사람들과 훨씬 많이 상호작용 한다'고 보았다.

이 책은 그러나 '청소년들은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는 또래 친구나 가족, 공동체의 구성원들과 일상생활의 주제를 온라인 세계로 옮겨 상호작용을 한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현대 청소년들은 온라인 접속과 동시에 전혀 다른 '자아를 가진 존재'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이미 관계를 맺고 있던 사람들과 소통을 위해 '온라인'을 도구로 이용하는 측면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성, 정체성, 친밀감 등 청소년들이 현실에서 직면하는 문제를 온라인으로 가져가는 것은 '삶을 확장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된다. 물론 각각의 접속자가 다른 환경에 처해 있고, 다른 행동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관계를 맺을 때와 대처 방법은 같을 수도 있고, 전혀 다를 수도 있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온라인과 테크놀로지 심취를 무방비 상태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디지털 테크놀로지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 청소년들의 세계와 그들의 행동양식, 건강, 정체성 등 거의 모든 문제를 아우르고 있다.

431쪽, 2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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