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민선 6기와 대구의 문화예술

7월 1일이면 민선 6기 지방자치 단체장의 임기가 시작된다. 후보자 시절 내세운 공약은 모든 시민과 사회와의 공적인 약속이다. 당선자는 공약을 이행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시민들은 공약을 자신의 삶과 연관지어 보며 좀 더 나은 삶을 기대한다. 민선 6기의 출범을 앞두고 기대와 희망의 두 바퀴가 때로는 평탄한 길로 갈 때도 있을 것이며 때로는 한 바퀴가 떨어져 나가거나 흙바람 날리는 거친 길을 갈 때도 있을 것이다. 설령 바퀴 하나가 떨어져 나가더라도 버리지 아니하고 고치고 조율해서 목표지점에 도달했을 때 모두 다 진정한 승자가 되는 것이다.

모든 시민의 바람은 그저 주머니 사정이 좀 나아지고, 자녀들 교육 잘하고, 어르신들 잘 모시는 것으로 단순화될 것이다. 이번 전국동시지방선거뿐만 아니라 모든 선거에 공약의 기본 틀은 이 범주에 속해 있을 것이다. 시민들은 삶의 가장 근본적인 것을 채우고 싶은 것이고 그 희망을 채워 줄 수 있는 사람에게 투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선자는 개인적인 치적(治績)을 떠나 민의(民意)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며, 시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7월 1일에 심는다는 심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시민들은 그 씨앗이 빨리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보다 때로는 좀 더디더라도 잘 가꾸어 튼튼한 과실을 맺을 수 있도록 인내와 돌봄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선진국에 대한 기준은 때로는 모호하지만 일반적으로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하여 판단하고 있다. 즉 '잘사는 나라'는 돈만 있는 나라가 아니라 경제력과 더불어 사회 문화적으로 안정된 나라를 칭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문화예술에 대한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문화강국'을 위한 투자와 지원을 점차 확대해 나가는 추세이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흐름에 문화예술관련 재단설립과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다.

대구시장 당선인은 3대 목표, 5대 혁신, 7대 핵심과업을 발표했다. 7대 핵심과업 중에는 문화예산을 3배로 증액해 시민의 삶 속에서 문화를 향유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주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문화예산을 더욱 확대한다는 것은 그만큼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고 한편으로는 지역의 문화예술에 대한 생기를 불어 넣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대부분 관(官)에서는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지역을 홍보하거나 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며 창작자 혹은 문화예술단체에 지원하고 있다. 문화예술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실적 위주로 운영을 한다면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게 된다.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이른바 '글로벌'을 외치며 ○○국제영화제 혹은 ○○국제페스티벌을 몇 차례만 개최하고 사라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문화예술을 단체장의 홍보 수단으로 여겨 왔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은 창작에서 시작된다. 2000년 초'중반을 기점으로 대구지역의 대학에서는 문화예술 관련학과들이 축소 통폐합되거나 폐과를 했다. 학생들이 서울로 서울로 몰린 이유도 있지만 이와 더불어 지역에서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하거나 창작 활동을 하기에 어렵다는 이유도 한몫하고 있다. 창작에 근간이 되는 인적 인프라와 물적 인프라는 매우 중요하다. 지역에서 미래의 예술가를 위한 토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창작 중심의 도시가 아니라 외부 작품을 들여와 공연하고 전시하는 예술 소비 도시로 전락할 수도 있다. 작가의 인내와 고뇌처럼 '기다림의 미학'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 지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국제단위의 태권도대회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것은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이유보다는 동네 곳곳 태권도 도장에서 수련하는 수많은 어린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동네 태권도'는 스포츠를 넘어 일상생활의 일부였으며 또한 동네 문화임과 동시에 국가의 문화이기도 했다. 선수는 물론 지도자까지 활약하며 우리 태권도의 국제적인 위상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뿌리가 튼튼했을 때 자라나는 나무의 열매는 건강하고 풍성해지기 마련이다.

'문화강국'이 되는 것은 국제대회를 많이 유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는 토대와 기회를 주는 것이다.

현종문/대구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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