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2년째 아물지 못한 성주 태풍의 상처

2년 전 태풍 '산바'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대표해 급조된 성주지역 임의단체들은 그야말로 복마전(伏魔殿) 그 자체였다. 태풍은 성주군민들에게 생채기만 남긴 채 모든 것을 휩쓸어버렸다.

아직까지 태풍의 쓰라린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성주군민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피해 주민들을 위해 써달라며 성주군, 성주군청 공무원직장협의회, 성주군 재경향우회 등에서 임의단체에 건넨 보조금과 성금, 구호품들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태풍이 지나간 지 2년이 돼 가지만 보조금과 성금 등은 정산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다. 기자는 한 달여에 걸쳐 태풍 산바 피해 보조금 및 성금 등을 취재했다. 시간이 갈수록 임의단체들의 검은 속내가 드러나는 것을 보며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여전히 태풍 피해 보조금 및 성금, 구호품 등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는 밝혀지지 않은 채 숱한 의혹만 남겨두고 있다.

태풍 피해 주민들을 대표해서 구성된 임의단체는 결성부터 잘못됐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셈이다. 주민을 대표하는 임의단체 임원들은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일부 임원들은 도덕성에 상당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애초부터 대표성이 결여된 것이다. 게다가 임원들끼리 불협화음이 발생하면서 임의단체 회원의 가입 현황 및 자격 요건, 회계 처리 등에 문제를 드러냈다. 주민을 대표할 만한 단체를 끌고 갈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알고도 성주군과 성주군청 공무원직장협의회 등은 보조금과 성금, 구호품 등을 전달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십시일반 돈을 모으고 구호품을 거둬서 전달한 의도는 좋았다. 주고 나면 끝이라는 '도덕적 해이'는 한 번쯤 짚어야 할 문제다.

이번 기회에 보조금 및 성금 등의 지급에 대한 기준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지역에서 주민을 대표한다며 '위원회' '협의회' '대책위' 등이 판을 칠 것이다.

무엇보다 태풍 피해 보조금 및 성금 사용처에 대한 감사원과 경북도 등 상급기관의 철저한 감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수사기관도 명명백백하게 사용처를 밝혀내야 한다. 이를 통해 태풍 피해를 입고도 보상금 한 푼 받지 못한 주민들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어루만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성주 전병용 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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