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名 건축기행] <37>대구 전시컨벤션센터(EXCO)

글로벌 품격·위엄 눈 호강하는 전망 친근 이미지·동선

지난 7월 24일 자로 창립 19주년을 맞이한 엑스코(EXCO)는 전시컨벤션산업의 불모지인 대구를 마이스(MICE)산업 도시로 탈바꿈하게 한 지방의 주요 전시컨벤션센터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다. 마이스(MICE)는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이벤트와 전시(Event & 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로 마이스산업을 대표하는 전시컨벤션센터는 문화를 소재로 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시장의 범위가 광범위하여 경제성장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전체산업에서의 비중도 높아 일명 '굴뚝 없는 공장'으로 통칭되기도 한다.

엑스코는 1995년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통하여 당선작이 아닌 2등작과 설계계약을 체결하는 파문을 일으켜 전국적인 관심과 건축계의 파란을 일으킨 주인공이었다. 설계자 번복이라는 전무후무한 시대적 사건으로 말미암아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을 오가는 6개월간의 법정 투쟁이 이어졌다. 사회 윤리적 측면과 현상설계의 공정성 및 심사위원회 심사 결과에 대한 존중, 현상설계 공모에 대한 원칙과 약속과 상식이 지켜지는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많은 건축인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진실을 위한 투쟁의 결과 당선작을 낸 ㈜한국건축이 설계권을 확보하였다.

현상설계에서는 엑스코(지하 4층, 지상 5층, 연면적 8만7천293㎡)와 무역회관(지하 4층, 지상 18층, 연면적 8만2천500㎡)이 함께 지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현상설계작 계약 번복으로 인한 설계 기간 축소, 1997년 정부 IMF 구제금융 발표와 건설회사의 연쇄부도 등으로 민자유치의 어려움이 가속되어 무역회관은 기본설계조차 착수하지 못한 상태로 EXCO만 2000년 준공을 하게 되었다.

한 지역을 대표하는 건축물을, 시대를 앞서가는 건축기법이나 신재료를 사용하거나 익숙한 방법의 시공법과 일반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특별한 공간적 특색을 갖추는 것으로 대별할 수 있다면 엑스코는 그 당시 특수한 공법의 적용으로 시대를 리더하는 건축물의 위용을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전시장은 넓은 부지에 단층으로 배치하는 것이 보편적인 방법이나 엑스코의 경우 협소한 부지 조건으로 각 소요 전시 및 컨벤션의 기능을 수직의 적층 형식으로 배치한다. 따라서 각층의 수직적 동선의 해결이 우선시되는데 관람객은 주 출입구인 아트리움을 통해서 연결된다. 전면 아트리움은 프리-펑션 존(Pre-function Zone)으로 방문객들이 엑스코의 첫인상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곳이다. 국제시설로서의 권위와 품격을 갖춘 웅장한 분위기로, 건물 및 활동의 중심 장소로서의 역할 및 각 시설로의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동선의 결절을 이루는 장소이다. 아트리움 트러스는 역삼각형의 철골 파이프 트러스로 구성해 구조미와 구조 성능을 향상하였다. 완전 노출의 구조미를 표현하기 위해서 철골파이프를 '고주파 밴딩 가공' 기법을 사용하여 유려한 곡면 가공을 해 시공하였다.

투명한 외피 안에 서로 다른 크기와 높이를 가진 사각형의 블랙박스가 포개어져 구성된 형태로 이용객 주 진입 동선과 서비스 동선의 방향을 분리하여 쾌적한 전시, 관람 분위기와 서비스 시스템에 효율성을 꾀했다. 전시장과 인접한 곳에 회의실 및 관련 유관시설을 배치하고, 외부 경관 조망이 가능한 순환형 콘코스(Concourse) 타입의 복도를 설치하여 관람자들에게 휴식을 제공함은 물론 외부공간 조망의 기회를 극대화하였다. 익숙한 도시풍경을 위한 장치로 대구종합유통단지의 오더(Order)인 격자 패턴에 대응과 순응하는 직각 형태를 배치하고 디자인의 요소로 채용하였다. 전면 광장 출입구에는 보부상의 지게를 형상화한 캐노피를 설치하여 상징적 이미지를 표현했고, 한국 전통의 정서에 근거한 곡선의 형태를 지붕과 아트리움에 도입하여 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유도하였으며 아트리움 창에는 전통 아(亞)자 문양이 새겨져 있다.

무한한 확장을 위한 열린 공간(투명성=Transparency)의 추구는 지붕의 형상에서도 표현된다. 철골 파이프 트러스의 노출 구성으로 건축과 구조를 통합하여 구조미와 구조 성능을 향상하였으며 외피는 모두 유리로 마감되어 비상하고자 하는 날갯짓을 연상케 하는 동시에 상호교감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건축의 공공성을 담아 내고자 했다. 마치 건축의 본질은 지붕이라고 단언하는 것 같다.

2008년 전시장 확장 기공식과 더불어 2011년 5월 엑스코는 확장 전시장을 개관하게 된다. 2013 세계에너지총회, 2015 세계물포럼 등 굵직한 국제적인 행사의 유치로 엑스코의 활성화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으나 숙박과 쇼핑, 관광을 위한 즐길거리 등 엑스코 주변의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지방의 다른 컨벤션센터와 힘겨운 경쟁을 치러야 한다. 엑스코가 보다 더 발전하기 위한 비상의 날갯짓을 하려면 대중교통의 확보가 무엇보다도 우선 해결되어야 할 선결과제이다.

글=(주)건축사사무소 미르건축 대표이사/건축사 조만태

사진=건축문화+(주)건축사사무소한국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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