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국회'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국회가 26일 본회의를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9분 만에 끝냈다.
이날 본회의에는 재적 의원 300명 중 새누리당 의원 154명이 참석해 의결 정족수를 넘겼지만, 정의화 국회의장은 본회의 개회 9분 만에 "오는 30일 본회의를 재소집하겠다"며 산회를 선포했다. 정 의장은 "본회의를 며칠만 연기해달라는 야당 요청의 진정성을 믿고 의사일정을 변경했다. 어떤 경우에도 30일에는 본회의를 소집해 모든 안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소속 의원을 총동원해 본회의를 대비했던 새누리당은 강력히 반발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김무성 대표가 즉각 '사의 반려'를 제의했고, 참석 의원들은 박수로 동의했다.
당 원내지도부는 '국회의장 사퇴촉구결의안'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정 의장은 어제(25일) 오후 6시까지도 '반드시 법안처리를 할 테니 의원들을 독려해서 과반이 꼭 참석하게 하라'고 했다"면서 "의장석에 올라갈 때까지 단 한 번도 귀띔해 주지 않은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국회의장의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김영근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의 힘을 빌려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고 안건을 직권상정하려 해 국회의장에게 압박으로 작용했음에도 불구, 국회의장이 중심을 잡고 국회선진화법에 반하는 나쁜 선례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시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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