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치매 극복, 황혼 행복] <7>치매가족 지지 프로그램

경주시보건소가 진행 중인
경주시보건소가 진행 중인 '아름다운 동행-치매가족 지지프로그램'에 집에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이 참여해 서로의 경험담과 어려움을 나누고 있다. 경주시보건소 제공.
포항시 남
포항시 남'북구보건소가 운영 중인 치매쉼터에서 어르신들이 치매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의성군보건소가 운영하는
의성군보건소가 운영하는 '우리 마을 예쁜 치매 쉼터' 프로그램에 참여해 교육을 받는 할머니들이 나무를 그리고 꽃을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희대 기자

◇경주시보건소 '아름다운 동행'…공감·소통·명상, 경험 나누며 힘 얻어요

"밤에 잠을 안 자고 자꾸 돌아다니는 게 가장 힘듭니다.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요." "서랍을 끝도 없이 뒤지고 베개 속을 자꾸 뜯어요." "콘센트에 음식을 씹어서 넣는가하면 돈이 엄청나게 많다는 등 망상증세를 보일 때가 많습니다."

경주시보건소 다목적실에 치매환자 가족 20여 명이 모여 힘든 간병기를 털어놓았다. 치매가족 자조모임이다. 한마디로 재가 치매환자들을 돌보는 가족들이 서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자리인 셈이다. 3년째 치매에 걸린 남편을 돌보고 있는 정순정(가명'60) 씨는 "남편이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픈 남편을 보고 있으면 미운 마음이 생기다가도 본인은 얼마나 힘이 들고 괴롭겠는가 하는 생각에 다시 힘을 내 간병하고 있다고 했다.

경주시보건소가 치매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오는 12월 4일까지 10주간 매주 목요일 오후 2~3시 '아름다운 동행-치매가족 지지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경상북도가 추진하는 특화치매사업의 일환이다. 치매와 관련된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치매에 대한 경험 공유와 상호지지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스트레스와 부양부담을 줄이고 행복한 생활을 누릴 기회를 늘린다는 취지다.

1회차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치매 이해하기' 강의를 듣고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2회차 '나 자신 돌아보기' 시간에는 감정상자 만들기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한 사람의 감정상자 안에 넣은 메모지를 뽑아 읽어봄으로써 타인의 문제를 같이 나누고 공감대를 키웠다. 3회기 '소통하기' 시간에는 치매환자의 행동을 이해하고 적절한 대화법을 알아보며, 가족들의 사례를 통해 환자의 정신행동증상에 대한 해결방안을 함께 찾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 10회차인 치매가족 지지프로그램은 4회차 '즐겁게 생활하기'에 이어 안전한 일상을 위한 '어우러져 살기', 미래를 생각하는 '미래계획하기', 서로 돕는 '자조모임 만들기', '나들이', '이완 및 명상요법'과 함께 마지막으로 '치매가족 소감 나누기'로 구성된다.

최기랑 경주시보건소 치매사업담당은 "치매환자들과 보호자들은 내 의사를 전하는 대화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이 생각하고 원하는 것을 전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 참가자들에게 공감을 주는 것 같다"고 했다.

"치매환자에게 잘하고 싶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습니다. 환자를 상대하다 보면 힘들고 화가 날 때도 많습니다. 다행히 여기 와서 내 얘기를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고, 또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정말 좋습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부인을 돌보는 최해정(가명'72) 할아버지는 "처음 지지프로그램에 참가했을 때 도움이 될까 걱정도 했는데, 보조강사들의 도움으로 끝까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면서 "배운대로 집사람에게 잘해줘야 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치매환자 가족인 황상운(가명'63) 씨는 "항상 환자를 위로하고 존중해줘라. 그렇게 하면 환자의 마음이 편해져서 증상이 많이 좋아지고, 따라서 내 마음 역시 편해진다고 배웠다. 힘들기는 했지만 실제 그렇게 해보니 훨씬 마음이 좋아졌다"며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아름다운 동행-치매가족 지지프로그램'은 지금까지 4회차가 진행됐다. 환자를 돌보느라 일주일에 한 시간도 여유를 갖기가 어렵지만 참여율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치매환자 가족인 황정규(가명'66) 씨는 "처음 아내의 치매진단에 엄청 충격을 받았다. 지지프로그램을 통해 같은 입장에 있는 가족분들과 소통하면서 힘을 얻었다"고 했다.

경주시보건소는 이 밖에 치매상담센터운영으로 치매환자 등록관리 및 상담'지원 등의 서비스 제공하고, 치매의 위험이 높은 만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치매검진을 실시한다. 치매를 일찍 발견하는 만큼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로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기 쉽다.

인지재활프로그램 '예쁜 치매쉼터'를 운영해 치매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매주 2차례씩 연간 24차례 운영 중이다. 노년기의 인지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중증치매로의 진행을 지연시켜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 경주시보건소 김미경 소장은 "치매는 가족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으로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보다 다양한 치매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경주 이채수 기자 cslee@msnet.co.kr

◇포항시보건소 연중 프로그램…교육·상담까지 병행, 환자 관리능력 쑥 높여줘

포항시 남'북구보건소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치매를 예방'관리하기 위해 지난해에 발족된 치매지킴이 자원봉사단과 함께 다방면으로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먼저 치매위험이 높은 60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치매 조기검진을 실시한다. 경로당 330곳 및 노인대학, 노인복지회관, 노인일자리사업장 등 방문검사와 교육은 물론 보건소(보건지소, 보건진료소)에서 연중 무료로 치매선별검사 및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치매선별검사 후 인지기능이 떨어진 것으로 판단되면 5개 협약병원에 의뢰해 정밀검진을 지원한다.

인지 저하 및 경증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뇌 건강증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현재 60여 곳의 경로당을 예쁜치매쉼터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대상자로는 인지기능 저하자, 치매고위험군, 재가 경증 치매환자, 65세 이상 노인 등이다. 매주 2차례씩 모두 24회기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어르신들의 뇌 건강을 챙긴다. 올 상반기(3~6월)에는 연인원 4천500여 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하반기에는 6천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참여한 노인들의 반응은 매우 좋은 편이다.

현재 치매가족 자조모임도 운영한다. 치매에 대한 교육 및 상담을 통해 치매 관리능력을 높이고, 가족끼리 정보교환 및 정서적 지지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목표다.

포항 이상원 기자 seagull@msnet.co.kr

◇의성보건소 '예쁜 치매 쉼터'…"치매 아내 요양원 대신 집에서 함께 살 자신감"

의성군보건소는 치매환자들이 스스로 치매를 극복할 수 있는 '우리 마을 예쁜 치매 쉼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9개 마을 180여 명 노인들이 참여한다.

특히 '나무 꾸미기' 프로그램의 경우, 치매환자들의 기억 회상과 정서적 이완을 돕고 뇌를 자극해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고 있다. 이팔이(83'의성읍 원당리) 할머니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부터 하루하루 즐겁다. 서로 돕는 마음과 함께한다는 기분이 참 좋다"고 했다.

의성군보건소는 지난달부터 8회에 걸쳐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을 대상으로 치매가족 지지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가족들이 치매환자를 더 잘 이해하며 돌볼 수 있고, 치매환자의 건강도 지킬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아울러 치매가족끼리 정보를 나누고, 환자 간호의 경험을 공유해 환자 간호에 따른 부담감을 덜고, 치매에 대한 올바른 인식도 심어준다.

치매환자를 간호하는 박모(78'의성군 봉양면) 할아버지는 "아내가 치매를 앓고 있어 마음 놓고 외출도 할 수 없다. 간병을 위해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가족 지지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며"보건소에서 치매 교육을 받고 다른 치매가족들로부터 정보도 많이 얻어 아내를 요양시설에 안보내고 집에서 함께 살고 싶다"고 했다.

임정미 의성군보건소 치매담당은 "치매 쉼터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운동'미술'작업치료'만들기'노래교실'손가락댄스 등에 특히 호응도가 높다"며 "환자를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치매환자와 함께 지내는 가족들에게 힘을 보태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성 이희대 기자 hd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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