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학 수업/에리카 하야사키 지음/이은주 옮김/청림출판 펴냄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 보도 후 혼란을 느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전직 기자 에리카 하야사키는 '죽음의 무자비함과 의미'를 이해하는 방편으로, 킨 대학교 죽음학 수업을 취재했다. 노마 보위 교수가 진행하는 이 수업의 이름은 으로 3년치 대기자 명단이 붙어 있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노마 보위 교수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이 수업을 이끌어가는데 유언, 임종 등의 주제로 토론하는가 하면 본인의 추도사 쓰기와 생애 유서를 작성하는 과제 등을 통해 학생들이 죽음의 비밀과 마주하도록 인도한다. 그러나 이 수업에서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현장 학습이다. 노마는 공동묘지, 시체 안치소, 장례식장의 방부 처리실 등 여전히 죽음의 흔적이 남아 있는 현장으로 학생들을 데려가 그 현장에서 삶에 대한 감사를 전한다.
노마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공통점 중 한 가지는 삶의 문제로 많이 지쳐 있다는 것이다. 노마는 이런 학생들이 다시 자신의 삶을 긍정하도록 이끈다. 이를테면 반복되는 엄마의 자살 시도로 강박증에 걸린 케이틀린을 집중 상담하며, 자신의 삶조차 엄마에게 송두리째 뺏기는 케이틀린이 가족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돌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한다.
자신의 사연을 소리 내 말함으로써 아픔을 치유하기도 한다. 노마 보위 교수는 이를 '사연에 소리를 입히기'라고 말한다. 아무리 끔찍한 사연이라도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행위에는 불가사의한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결국 긴 안목으로 죽음을 바라볼 때, 삶의 난관을 바람직하게 헤쳐나가는 것은 후회 없는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노마는 자신의 수업에서 이 점을 강조한다. 371쪽, 1만4천800원.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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