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상에 끌린다면 그 이유는 뭔가? 우리의 이성은 너무 똑똑하고, 현실은 너무 분명한 이유를 좋아한다. 하지만 어떤 땐 우리 스스로 잘 모르면서도 자신의 마음이 홀려 버리거나, 자신의 '결핍'을 무의식의 세계 속에서 갈망하기도 한다. 황금에의 지나친 집착은 가난이 준 아픔의 반작용일 수 있다. 여성의 큰 가슴을 보고 특별히 울렁거린다면 어릴 적 모성애 결핍의 반작용일 수 있다. 사람에게는 자기동일성의 욕구와 대리만족의 욕구가 병존한다. 자기와 닮아 이끌리고 자기와는 달라 이끌린다. 부부는 자신과 달라 호기심으로 이끌리고 결혼 후 그 다름 때문에 다툰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경우 자신의 솔직한 마음과 다르게 행동하고 표현하고 둘러대는가? 우리를 얽어매고 있는 도덕과 관습은 우리의 본원적 자유성을 누르고, 우리의 무의식에 깔린 상처들은 우리에게 자신만의 비밀을 안고 살게 한다.
소설은 그 내밀한 마음을 공공연히 소재삼아 소위 '파격'과 '창조'라는 가치로 포장해 내는 인간의 교묘함이 아닐까? 소설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의 여주인공 한나에 있어선 자신이 문맹임을 감추기 위해 한평생 감옥에서 썩는 무기징역형을 감내한다. 남자 주인공 미하엘에 있어 사랑은 한 여인을 위해 온몸을 던지지 못하는 못난 자신 때문에 한나를 자살에 이르게 하지는 않았나 하는 숨기고픈 자학심일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사랑을 경험하고 가슴에 품고 산다. 그 사랑은 어설프게 끝나는 경우도 태반이다. 하지만 무의식 세계에 평생 가두어 두고, 되새겨 보는 샘솟는 기쁨 또는 애절한 슬픔이기도 하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다. 빈 시간을 의미 있는 공감으로 채울 줄 아는 이. 사람이 자연보다 더 순후해 보일 때가 있다. 아름다운 창가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 좋은 자리를 벗을 위해 배려하는 이. 사람이 징소리보다 더 끝없이 울림을 주는 때가 있다. 짧은 몇 마디 글로서도 그 여운이 오래 남게 하는 이. 사람이 자신의 생명보다 더 소중해 보일 때가 있다. 함께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에게 무한히 에너지를 주는 이. 우리의 무의식은 이런 사람을, 사랑을 갈망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 친해지면 자신의 속 빛깔을 상대에게 드러내고 발가벗는다. 부끄러움, 콤플렉스, 신념, 철학, 이 모든 속살들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침투해 간다. 이 침투의 과정은 어쩌면 자기 자신이 만들어놓은 관념의 벽들을 하나하나 깨 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완벽한 침투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지를 말한다. 하지만 미완성이 주는 호기심, 반전, 무의식의 자기 외연의 확장, 안개 속에 희미하게 다가오는 신비감. 어쩌면 우리는 가끔 이런 기분 좋은 유령이 되고픈 것은 아닐까?
신경섭 시인'대구 수성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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