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싼값 판매 '핫딜' 현혹돼 '지르다간' 과소비 후회 십상

경험자들이 말하는 "이렇게 해봐요"

해외직구에도 등급이 있다. 미국 해외직구를 할 때 200달러가 안 되는 제품을 사서 관세를 안 물 것인지, 관세를 꼼꼼하게 계산해 그보다 비싼 제품을 살 것인지, 독일과 프랑스까지 해외직구의 반경을 넓힐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해외직구 경력이 각기 다른 초'중'고급자를 인터뷰해 경험에서 우러난 해외직구 사용설명서를 제작했다.

◆1년차 초보, "해외직구 어렵다? 한 번만 해봐라"

해외직구가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은 "딱 한 번만 해보면 없어진다"고 해외직구족들은 설명한다. 최근 해외직구에 입문한 초보 임민정(29) 씨는 친구를 통해 해외직구의 신세계로 들어왔다. 입문과 동시에 산 제품은 고소영 팔찌로 유명한 보석 브랜드 'P'사의 반지와 팔찌. 배송대행업체의 존재도 이때 처음 알았다. 임 씨는 "반지와 팔찌, 총 7개 상품을 500달러 조금 안 되는 돈을 주고 샀다. 만약 한국에서 제값을 다 주고 샀다면 150만원을 내야 했을 것"이라며 뿌듯해했다. 임 씨는 또 "미국 사이트라고 해서 큰 차이점은 없다.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몰에서 쇼핑하는 것과 똑같다. 주문자 정보에 내 이름을 영어로 쓰고, 배송지에 배송대행업체 주소를 쓰면 끝"이라고 말했다.

임 씨는 주로 액세서리처럼 부피가 작은 물건을 샀지만 이제는 아이 장난감으로 쇼핑 반경을 넓히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레고'를 절반 이상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해외직구 관련 정보를 찾는 곳은 인터넷 카페다. 그는 "아이 장난감을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다른 사이트와 가격을 비교하고 있다. 인터넷 카페에는 해외직구 초'중'고급 정보가 나뉘어 있기 때문에 자기 수준(?)에 맞는 쇼핑을 하면 된다"며 "또 '끼워 주세요, 담아 주세요'라는 글도 올라오는데 이건 배송료를 아끼려고 모르는 사람들이 함께 같은 종류의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직구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를 몰랐다면 사지 않았을 상품들을 유혹에 못 이겨 사면서 과소비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임 씨의 마음을 자주 흔들어놓는 것은 '핫딜 떴어요!'(핫딜: 매우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뜻하는 해외직구 용어)라는 카페 게시글이다. 그는 "50~70% 세일할 때 물건을 사면 돈을 아꼈다는 착각이 든다. 안 샀으면 더 많은 돈을 아낄 수 있었을 텐데"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3년차 중급, "한국 진출한 브랜드 의류 사야 쇼핑 실패 줄인다"

여성 해외직구족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물건은 의류다. 한국에서 고가의 가격을 형성한 해외 브랜드 옷을 미국 등 해외에서는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에 사는 직장인 박모(30) 씨는 지난해 의류 브랜드인 '띠어리'(Theory)의 겨울 니트를 사는 것으로 해외직구 세계에 첫발을 들였다. 박 씨는 "니트 하나에 30만원씩 하는 고가 브랜드여서 한국 매장에서는 군침만 삼켰는데 미국 인터넷 쇼핑몰 세일 기간을 기다렸다가 재킷을 20만원도 안 하는 가격에 샀다"며 "이 브랜드 옷이 미국에서도 싼 편이 아니지만 간혹 70% 이상 세일할 때도 있기 때문에 시기를 잘 맞추면 '득템'할 수 있다. 미국은 200달러 미만 물건에는 관세를 물지 않기 대문에 200달러가 안 되는 상품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미국 쇼핑몰에서 보내주는 광고 이메일에서 '핫딜' 정보를 얻는다. 삭스 피프스 에비뉴(Saks Fifth Avenue), 노드스트롬(Nordstrom), 샵밥(shopbop) 등이 자주 찾는 쇼핑몰이다. 똑똑한 해외직구족이라고 항상 쇼핑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박 씨는 쇼핑몰에서 모델이 입은 옷을 보고 주문했다가 쓰라린 실패를 맛봤다. 그는 "나는 모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잠깐 잊었다. 이럴 때면 지금까지 해외직구로 아낀 돈이 다 날아가는 느낌"이라며 "해외직구는 반품과 환불이 어렵고 까다롭다. 한국에 진출한 해외 브랜드 의류라면 매장에 가서 꼭 입어보고 '내 옷이다'라는 확신이 섰을 때 해외직구로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7년차 고수, "기회비용 꼼꼼하게 계산해야"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한 달에 10~20건 정도 해외직구로 물건을 산다. 해외직구 7년차로 고수 중 고수다. 아이폰6가 국내에 출시되기 전 미국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미리 주문했을 만큼 부지런하다. 최근 해외직구에 입문한 사람들이 미국 쇼핑에 집중한다면 그는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 전 세계 국경을 넘나든다. 미국에서는 아이폰과 헤드폰 등 전자기기와 의류, 독일에서는 캡슐커피, 프랑스에서는 홍차 등 품목별로 쇼핑하는 국가가 나뉘어 있다. 김 씨는 "독일어, 프랑스어를 못해도 된다. 유럽 쇼핑몰도 영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그가 쇼핑 시야를 해외로 넓힌 것은 맥주 장치 때문이다. 수년 전 생맥주를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장치인 '기네스 서져 디스펜서'라는 장치를 독일에서 구매대행으로 산 것이 계기가 됐다.

전자제품을 주로 구매하는 김 씨는 쇼핑 실패를 줄이는 실용적인 '팁'을 알려줬다. 해외직구로 구매한 전자제품은 AS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고 살 만큼 이점이 있는지 꼼꼼하기 따져봐야 한다. "요즘에는 해외직구족들이 많아서 인터넷에 검색하면 웬만한 제품 정보는 다 나와 있어요. 사용 후기를 잘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또 국내에 출시 안 된 제품은 해외직구로 사 몇 번 써본 뒤 한국에서 중고로 팔아도 값을 잘 쳐줍니다."

해외직구 쇼핑은 국내보다 제품 조사를 많이 해야 한다. 마우스 클릭으로 '손품'을 파는 부지런함과 관세 계산은 해외직구족이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이다. 미국은 200달러만 넘지 않으면 관세가 없지만 1달러만 넘어가도 세금을 물어야 한다. 김 씨는 "해외직구로 물건을 여러 개 주문하면서 계산을 잘못해 세금 폭탄 맞는 사람도 봤다. 또 각 국가마다 관세를 많이 매기는 제품이 있다. 프랑스 홍차를 해외 직구로 샀는데 관세가 높은 편이었다"며 "또 해외직구는 배송 기간이 비교적 길어서 한 달 넘게 기다린 적도 있다. 급하게 선물해야 하는 물건이라면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주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황수영 기자 swimming@msnet.co.kr

해외직구에 입문을 원하는 초보들을 위해 기초 용어를 모았다. 영어로 된 쇼핑몰에서 주문할 때 알면 유용한 영어들, 해외직구족들이 주로 사용하는 은어들을 정리했다.

◆ 해외직구시 알아야 할 영어 단어

Sales tax: 판매 세금

Sign in /Sign out: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Log in, Log out과 같음.

Zip code: 우편번호

Shipping name: 물건을 받을 사람 이름

Billing address: 카드청구지

Back order: 상품 주문량이 많아 재고가 부족할 때 쓰는 말.

In Stock: 재고 있음

Checkout: 결제

Free ship: 무료배송

Order number: 주문번호

◆ 해외직구족들이 자주 사용하는 은어

배대지: 배송대행업체 주소지의 줄임말로 주문한 물건을 1차로 받을 해외 주소를 뜻한다.

배대, 결대, 구대: 배송대행, 결제대행, 구매대행의 줄임말.

합배송: 각각 다른 쇼핑몰에서 두 건 이상 구매한 상품을 한국에서 함께 받는 것. 예를 들어 '아마존'과 '이베이'에서 각각 50달러를 주고 산 상품 2개를 한국으로 함께 배송받을 경우 쓰는 말.

핫딜: 매우 저렴한 가격에 나오는 제품. 해외직구 전문 인터넷 카페에서는 '핫딜 떴어요!'라는 글로 세일 품목을 알린다.

프리십: 무료배송. 굳이 왜 영어로 쓰는지 알 수 없음.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