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짜 사망했나 확인차"...대전 교제살인 피의자, 빈소 방문한 이유

"오토바이 리스 명의 문제로 다투다 범행 결심"…'계획범죄' 영장 신청 예정
피해자는 생전 두려움 호소

5일 오전 대전 교제살인 사건 피의자 A(20대)씨가 입원 중이던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경찰에 체포돼 대전서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대전 교제살인 사건 피의자 A(20대)씨가 입원 중이던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경찰에 체포돼 대전서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남성이 대전 도심 한복판에서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가 수개월 전부터 범행을 계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피의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구속영장 신청 절차에 들어갔다.

5일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A씨는 사건 발생 일주일만인 이날 병원에서 퇴원한 직후 경찰에 체포됐으며, 이날 처음 진행된 대면 조사에서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음을 인정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오토바이 리스 명의와 관련해 서로 다툼이 있었고, 리스 비용과 카드값 등을 대줬는데도 날 무시해 화가 나 죽여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범행을 결심한 시점을 사건 발생 약 3~4개월 전으로 보고 있다. 당시 A씨는 피해자 B씨의 동의 없이 B씨 명의로 오토바이를 리스한 일이 있었고, 이 일을 계기로 두 사람 사이에 잦은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달 29일 낮 12시 8분쯤 B씨와 함께 오토바이 명의 변경을 하기로 계획하고 공유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던 중 B씨를 흉기로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가 범행을 위해 미리 흉기와 농약 등을 구입한 정황도 확인했다. 범행 직후 A씨는 공유 차량을 이용해 도주했다.

A씨는 사건 다음날인 지난 30일 오전 10시39분쯤 대전 서구에 마련된 B씨의 빈소를 찾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범행 다음 날 B씨의 사망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대전 시내 장례식장 여러 곳을 찾았으며, 이에 대해 "진짜 죽었는지 확인해보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같은날 충북 진천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되기 직전 음독을 시도한 그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왔다. 이후 대전의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이어가던 중, 의료진의 통원 치료 가능 소견에 따라 5일 퇴원했고, 경찰은 지난달 31일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이날 집행했다.

A씨는 이날 경찰서에 출석하며 카키색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혐의를 인정하나", "언제부터 범행을 계획했나", "왜 흉기를 휘둘렀나", "고인 빈소에는 왜 찾아갔나" 등의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 없이 조사실로 이동했다.

◇피해자는 생전 두려움 호소

B씨가 생전에 A씨에 대한 두려움을 가족에게 호소했던 정황이 확인됐다. 피해자는 이미 경찰에 두 차례 신고한 바 있으며, 그 과정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이 유족에 의해 밝혀졌다.

B씨 유족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11월 가족에게 A씨와 관련해 "이러다가 갑자기 찾아와서 죽인다 할까봐 겁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두 사람은 이미 결별한 상태였다.

이 시기 B씨는 A씨를 상대로 두 차례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식당에서 재물손괴 혐의로 신고된 데 이어, B씨 소유의 오토바이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반환하지 않거나 B씨의 집에 침입한 사실 등으로도 신고 대상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당시 B씨에게 순찰 강화 등 보호 조치를 안내했지만, B씨가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이에 대해 "이런 일이 우리 가족에게 생길 줄은 몰랐고, 사람이 죽어야만 그때야 기관에서 뭘 하려는 거 같아서 그런 현실이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나 이런 걸 다 거부했다고 하던데, 그때 가족한테라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전달해 줬으면 사건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한 달 전인 지난 6월 27일에도 A씨는 B씨를 폭행·협박했으며, 당시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해 현행범으로 입건된 바 있다. 이때 경찰은 B씨에게 스마트워치 지급과 안전조치를 권유했으나, B씨는 이를 거부하고 A씨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취지의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은 "이런 일을 알았다면 가족은 피해자를 혼자 두지 않았을 것이고,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의자가 빨리 죗값을 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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