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들여다보거나 TV뉴스를 볼 때마다 가장 섬뜩하게 느껴지는 것이 범죄다. 실제로 최근의 범죄는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새로운 안전 개념이 떠오르는 중이다. 갈수록 첨단화하는 IT 기술은 이러한 구상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경북도는 이런 추세를 감안해 다양한 '범죄 안전'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안심 귀가 거리 사업이 대표적이다. 경북도는 올해 구미에 안심 귀가 시범 거리를 도입한 데 이어 향후 안심 귀가 거리를 대폭 늘릴 방침이다.
◆모두가 안심하고 귀가하는 거리
경찰이 나서 열심히 순찰을 돌지만 여성들이 느끼는 체감 안전도는 여전히 낮다. 지난해 말 당시 안전행정부가 전국적으로 '안전체감도' 조사를 한 결과, 30대 여성의 15.5%, 40대 여성은 21.5%, 50대 여성은 17.1%만 "안전하다"고 응답했다. 여성 10명 중 8명이 불안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범죄 전문가들은 "순찰 등 기존방식의 경찰 치안활동만으로는 범죄예방에 한계가 있다"며 "범죄예방을 통해 범죄 기회를 사전차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리적 프로파일링(Geo-Pros) 기법을 활용, 성폭력우범지역'원룸밀집지역 등 범죄발생률이 높은 대표적 장소를 안심구역으로 선정해 적극적인 범죄 예방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경북도는 이와 관련, 올봄 경북경찰청과 함께 구미 구평동 상가'원룸 밀집지역에 '안심귀가 시범거리'를 만들었다. 버스승강장'전봇대'가로등에 NFC(Near Field Communication'근거리 무선이동통신) 스티커를 붙였다. NFC는 스마트폰 접촉으로 귀가자의 위치정보를 보호자에게 전송하는 첨단기술. 주민이 스티커에 스마트폰을 대면 위치정보 문자메시지가 보호자의 휴대전화로 전송된다.
전국적으로 위치정보 전송 NFC는 택시, 버스 등에 적용돼 시행 중이지만 버스승강장과 골목길에 NFC 태그를 부착한 것은 경북도가 처음이다.
구미 구평동의 어두웠던 골목은 NFC스티커 외에도 발광다이오드(LED) 가로등을 통해 훨씬 밝아졌고 폐쇄회로(CC)TV도 추가 설치됐다. 경북도'구미시와 경찰은 이 동네 편의점과 문구점 등 10곳을 안심귀가 지킴이집으로 정하고 여성과 어린이들이 범죄 위험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도록 했다.
경북도는 안심귀가 서비스 시범거리를 올해 포항과 경주, 경산, 안동 등으로 확대했다.
경북도는 이와 관련, 지난 5월 경북도의회, 경북교육청, 경북경찰청 등과 여성'아동 안심귀가거리 조성 협약을 했다.
주낙영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구미는 첨단 스마트 기술을 안전문화에 입힌 전국 최초의 선진적 사례"라며 "도민의 안전과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도내 전 지역에 안심귀가 골목길 조성사업을 확대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실제 효과 있다
안심귀가거리로 만들어졌던 구미 구평동 일대. 0.65㎢의 면적에 원룸 295동 3천500가구, 아파트 8개 단지 5천600가구가 밀집해있다. 인구는 2만7천여 명에 이르고 공단 근로자들이 많아 여성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
예전까지 이 동네 여성들은 몹시 불안했다. 실제로 경북도가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주변에서는 강간과 추행 등 여성들을 상대로 한 범죄가 잇따라 일어났다.
하지만 여성'아동 안심귀가거리가 만들어지자 동네가 확 달라졌다. 주민들이 크게 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계명대 산학협력단이 최근 사업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주민 44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절반가량 됐다. NFC 부착과 가로등 정비, CCTV 추가 설치, 안심귀가 지킴이집 운영 등에 만족감을 나타낸 것이다.
경찰의 범죄 통계에서도 범죄 감소세가 뚜렷했다. 이 동네의 올해 상반기(1∼6월) 살인 강도 성폭행 절도 폭력 등 5대 범죄 발생은 4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1.6%나 범죄 발생이 줄어들었다. 시범거리 조성 직후인 올 4월부터 6월 사이의 5대 범죄 발생은 17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7%나 급감했다.
경북도 박홍열 안전총괄과장은 "골목이 바뀌니 실제로 범죄가 줄어들었다"며 "주민들이 느끼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도 줄고 있어 경북도의 안심귀가거리 사업은 성공적"이라고 했다.
경북도는 경찰과 함께 내년엔 모두 12곳의 시범 거리를 추가로 만들 계획이다.
◆앞으로는 어떤 새로운 정책이?
경북도의회 김희수(포항) 기획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경상북도 범죄예방 환경설계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고, 도의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최근 강력범죄가 증가하면서 경찰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건축물 및 각종 공간에 범죄예방 환경설계를 적용함으로써 범죄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놓자는 내용을 조례안은 담고 있다.
조례안의 내용을 보면 ▷범죄예방 환경조성을 위해 건축물 설계 때에 자연적 감시가 가능하고 접근통제가 가능하도록 조경 및 조명시설을 적절히 배치 ▷도지사는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 5년마다 범죄예방 환경설계 기본계획을 수립'시행 ▷범죄예방 환경설계 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경찰청 등 관련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 ▷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우수 사례 홍보와 기관단체 또는 개인에게 포상 등이 있다.
김 위원장은 "범죄예방 환경설계 조례가 시행되면 최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늘어나는 강력 범죄로 인한 불안감이 줄어들고 예방적 기능 강화로 범죄율이 실제 감소할 것"이라며 "대부분 범죄를 경찰력에 의한 예방과 해결에 의존해왔는데 이제부터는 생활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범죄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번 조례를 통해 이러한 구상이 실현될 수 있다"고 했다.
최경철 기자 koala@msnet.co.kr 구미 정창구 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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