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베푸는 것 좋아했으니…" 장기 남기고 떠난 뇌사 30대 배달원

오토바이 타고 가다 사고로…가족들 평소 고인 선행 기려 결정

이달 10일 오전 2시쯤 정덕영(37) 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대구 수성구 목련시장 인근에서 균형을 잃으면서 도로에 미끄러졌다. 이 사고로 정 씨는 가로수에 머리를 크게 부딪혔다. 주변 사람의 신고로 바로 경북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사고가 난 지 하루 뒤, 정 씨 가족은 의료진으로부터 날벼락 같은 소리를 들었다. '뇌사' 판정을 받은 것이다. '한창나이에, 결혼도 못했는데….' 정 씨와 단둘이 살고 있는 어머니는 넋 나간 사람처럼 정신이 멍했다.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형제들은 슬픔에 빠졌다. 가족들은 마음을 어느 정도 추스른 뒤 뜻 깊은 결정을 했다. 정 씨의 장기를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데 기증하기로 한 것이다. 이전에 정 씨가 장기기증 서약을 한 적은 없다. 하지만 평소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했기에, 그 뜻을 기리기 위해 내린 결론이다.

정 씨 어머니 김정순(66) 씨는 "아들이 20년 가까이 음식점 배달 일을 해야 할 정도로 사는 게 빠듯했다. 하지만 친구나 지인을 돕는 것을 무척 뿌듯해 했다"며 "어차피 아들이 세상을 다시 볼 수 없다면 다른 사람에게 새 생명을 주면서 편안하게 하늘나라로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눈물을 떨궜다.

정 씨의 장기는 12일 경북대병원에서 환자 3명에게 이식됐다. 간과 신장은 환자 2명에게, 췌장과 나머지 신장 1개는 환자 1명에게 전해졌다. 기증 대상자가 정해지지 않은 각막은 선정 절차를 거쳐 필요한 환자에게 이식될 예정이다. 정 씨의 발인은 15일 예정이다.

전창훈 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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