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通] 청소년 진로·인성교육 사업 신창섭 꿈이룸협동조합 이사장

아이들이 '지도의 대상'?…어른들, 자신의 청소년 시기 떠올려보세요

신창섭 꿈이룸협동조합 이사장이 협동조합 로고를 들고 청소년 교육사업에 대한 자신의 각오를 밝히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신창섭 꿈이룸협동조합 이사장이 협동조합 로고를 들고 청소년 교육사업에 대한 자신의 각오를 밝히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교육은 우리나라 국민 모두의 화두다.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까'를 고민하지만, '잘 가르친다'의 의미가 여러 곳에서 다르게 해석된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잘 가르친다'의 의미를 물어보면 대개 '좋은 대학에 잘 보낸다'거나 '기업이나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키운다' '인성이 바르고 세상을 바로 보는 사람으로 키운다' 등등이 있을 것이다. 그중 '청소년 교육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잘 가르친다'의 의미를 '좋은 대학에 잘 보낸다'로 맞추는 경우가 꽤 많다. 그 많은 사교육 시장을 생각한다면 이 말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청소년 교육 사업의 핵심을 '자신이 가진 능력을 알아가는 것'에 두는 '꿈이룸협동조합'은 대구경북지역의 새로운 교육 사업의 모델이라 볼 수 있다. '꿈이룸협동조합'은 2012년 대구경북지역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한 청년 사회적기업가들 중 교육문화 관련 사업 구상을 한 8개 팀이 모여 만든 교육문화 협동조합이다. 이 협동조합의 신창섭(37) 이사장을 대구 북구 대현동에 위치한 꿈이룸협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나'를 찾기 위해 시작한 청소년 교육 사업

신창섭 이사장이 청소년 교육 사업을 고민하게 된 때는 8년 전 부모님을 여의었을 때였다. 지병을 앓고 있던 부모님이 6개월의 차이를 두고 돌아가시게 되자 신 이사장은 이때껏 자신이 해본 적 없는 고민을 처음 하게 된다.

"부모님 돌아가시기 전에도 가정형편은 그렇게 좋지 않았아요. 그런 집안의 장남이다 보니 꿈이나 장래희망이나 미래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부모님도 편찮으신데 집안의 장남으로서 가장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걸 숙명으로 생각하고 살았었죠. 그런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에 제 삶을 되돌아볼 기회가 생겼어요. 그때야 제가 '나만의 삶을 살아본 적이 없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거죠."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주변이 원하는 삶을 살아온 것 아닌가'라는 고민은 신 이사장에게 다른 삶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다니던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신 이사장이 내린 고민의 결론은 '사회적기업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맨 처음에는 '사업 쪽으로 나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자본이 없는 상황이었죠. 그때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이란 걸 알게 됐고, 지원하면 지원금이 나온다는 사실도 그때 알았죠. 부끄럽지만 그 사업에 지원할 때만 하더라도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교육을 받고 이것저것 알아가다 보니 제가 꿈꿔오던 사업의 형태가 사회적기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윤을 추구하지만 사회에 도움이 되는 가치를 창출한다는 사회적기업의 모습이 절 사로잡은 거죠."

◆질문, 토론, 협동으로 재미, 성장, 공존을 이끌어내다

2013년 꿈이룸협동조합이 세워진 뒤 신창섭 이사장은 청소년의 진로교육과 인성교육에 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진로탐색과 체험을 위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때 신창섭 이사장이 느낀 부분은 "자신이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걸 잘하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진행되는 진로교육은 효과가 적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난해는 방향을 바꿔 자신의 적성에 대한 파악을 기본으로 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갔다. 자신의 적성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직업군을 체험해보는 '나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프로그램과 돈, 사랑, 마음, 관계, 일 등 학교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지만 살아가는 데서 분명히 알아야 하는 요소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배워보는 '인생학교'라는 프로그램이 이들이 만든 대표적인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들이다.

신 이사장이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질문, 토론, 협동'을 바탕으로 한다. 특히 체험 위주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데, 역시 앉아서 듣기만 하는 강연보다는 질문하고 토론하며 같이 뭔가를 만들어내는 체험을 아이들이 훨씬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돈에 대한 교육 중 이런 게 있어요. 4명씩 팀을 짜서 이들을 한 가족으로 만들어요. 그다음에 부동산이나 물가 시세표, 통계청이 작성한 4인가족 평균 수입'임금 통계자료 등등을 준 다음 '제시된 수입으로 집 살 계획 세워보기'나 '자녀 등록금 마련하기'와 같은 과제를 줍니다. 그러면 아이들 사이에서 '정말 이 돈으로 살 수 있느냐'부터 엄마로 정해진 친구는 아들 역할을 맡은 친구에게 '핸드폰 요금 아끼자'는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나와요. 그러면서 아이들이 돈 쓰는 법이나 경제에 대해 한 단계씩 배워나가는 거죠."

◆청소년은 변하지 않았다

청소년들을 많이 접해본 입장에서 신창섭 이사장이 청소년이던 시절의 청소년들과 지금의 청소년들의 차이점이 있는지 물어봤다. 신 이사장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달라진 건 청소년들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죠. 시대마다 어른들이 '하지 말라'고 한 건 꼭 있었어요. 만화방 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영화관, 오락실, 비디오, 그리고 지금의 PC 게임이나 스마트폰까지, 어른들이 하지 말라고 한 것들은 시대에 따라 변해가는데,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내가 청소년 시기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자꾸 떠올려보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참가하는 아이들을 대하게 돼요. 그러다 보니 적어도 아이들을 '지도의 대상' '지식을 주입시켜야 하는 대상'으로는 보지 않게 되더라고요."

지금 신 이사장이 준비하고 있는 또 하나의 프로그램은 바로 '인문학을 재미있게 공부하기'다. 현재 교육체계에서 인문학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교육에서 인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분명히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에서 준비하는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직업도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창직'(創職)의 시대가 올 거라 봅니다. 그리고 복지, 교육, 의료 분야처럼 사람을 상대하고 사람을 다루는 직업이 생명력이 길 거라고 보고 있어요. 이런 직업을 얻는 데에는 인문학적인 측면과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는 창직 시대에 즉각적인 대응을 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 봅니다. 우리가 일종의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