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심령학자였던 해럴드 셔먼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육감의 세계'에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많다. 그는 자신의 영(靈)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썼다. 교통사고가 일어나기 직전 영의 도움으로 차에서 빠져나왔다는 등의 이야기다. 그는 영의 협조로 유체이탈도 경험했다고 한다.
의학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뒤 다시 살아난 사람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죽음 뒤의 삶'이라는 기사에 따르면 대부분 사람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영이 육신과 분리되는 유체이탈 뒤에 어두침침하고, 끝이 없는 듯한 길의 입구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유체이탈은 임사체험(Near-Death Experience, 죽음 직전까지 경험)을 한 사람들이 공통으로 겪는 현상이라 한다. 믿기 어렵지만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 적지 않고, 임종 전 환자의 심리를 연구한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나 레이먼드 무디 등의 연구로 상당 부분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요즘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낱말이 유행이다. 문제의 핵심을 찌르지 못하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비켜나가려고 딴소리를 하는 것을 말한다. '정신 나간 소리' '얼빠진 소리'라는 뜻일 텐데 대놓고 막말을 하기가 어려우니 뭔가 그럴듯하고, 있어 보이는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지은 것 같다.
사실, 말하기가 어려울 때 슬쩍 비켜가려고 딴청을 피우는 것은 누구에게나 경험이 있다. 문제는 이런 화법을 나라의 지도자 위치에 있는 사람조차 애용한다는 데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대국민 메시지에서 두 번의 성완종 특사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언급해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4'29 재보선에서 참패한 뒤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지만, 책임에 대해서는 비켜가 유체이탈 화법에 그쳤다는 당내 성토가 있었다.
이렇게 문제의 핵심과 동떨어진 발언을 한 것은 아마 유체이탈을 단단히 경험한 탓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분은 성완종 리스트 때문에, 또 다른 분은 이길 줄 알았던 재보선 성적으로 빈사(瀕死) 상태였으니 추정하는 짐작이다. 그런데 해럴드 셔먼이나 퀴블러-로스 등 전문가가 이미 고인(故人)이 돼, 이런 것도 유체이탈 현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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