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짜장면 골목, 인천 '小중국' 차이나타운

근대 역사·문화유산 1번지!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이어진 황금연휴에 많은 사람들이 중국으로, 일본으로, 동남아로 해외여행을 떠났다는 소식이 많이 들렸다. 황금연휴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사정으로 어디로도 떠나지 못하고 일만 했거나 시간은 있었는데 돈이 없어서 떠나가는 비행기만 우두커니 바라보며 닭똥 같은 눈물만 뚝뚝 흘렸을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을 거라 예상한다.

하지만 눈물만 뚝뚝 흘리거나 짜증을 내면 지는 거다. 우리나라도 점점 다문화시대로 나아가고 있기에 우리나라 안에서도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 많이 늘었다. 특히 다른 나라에는 다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었던 차이나타운이 인천에 있다. 해외로 가고 싶어도 이런저런 이유로 비행기표를 못 구해 해외, 특히 중국으로 가려던 계획을 접으신 독자가 있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인천 차이나타운으로 떠나보자.

◆근대 역사 가득 품은 곳

인천 차이나타운은 인천역 바로 앞에 있다. 인천역을 나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中華街'(중화가)라 적힌 현판과 중국풍 무늬가 새겨진 커다란 돌문이 이곳이 차이나타운임을 실감케 한다. '패루'라 불리는 화강암으로 된 이 문은 '이곳부터 차이나타운이 시작된다'는 뜻으로 지어졌으며 2009년에 중국 웨이하이(威海)시가 인천시에 기증한 것이다.

패루를 지나 시작되는 경사진 길가에 늘어선 중화풍 건물들에는 어김없이 중화요리점이 들어서 있다. 그렇다고 차이나타운이 여느 맛집 골목들처럼 '중화요리점 전문 골목'이라 생각하면 많은 것들을 놓칠 수 있다. 중국 청나라와 일본, 그리고 서양 열강의 조계지였던 인천 차이나타운 일대는 관련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어 개항 초기인 1800년대 후반의 모습들을 잘 확인할 수 있다. 근대유적 건물들이 너무 많아 그중 몇 군데만 가야 한다면 인천 차이나타운의 3대 박물관을 들러보면 된다.

패루에서 가장 가까운 박물관은 '짜장면 박물관'이다. 짜장면이 처음 만들어진 곳답게 건물 또한 1912년에 건립된 옛 '공화춘' 건물이다. 주방 자리였던 1층은 짜장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마네킹을 이용해 보여주고 있다. 식사 장소였던 2층은 짜장면에 대한 역사를 쉽게 알 수 있는 전시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중'장년층들에게는 한 번쯤 있었을 짜장면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전시물들이 많다. 이 외에도 옛 '일본 제일은행' 건물이었던 인천개항박물관과 옛 '일본 제18은행' 건물이었던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도 필수 코스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중화풍

중화가 패루에서 시작된 경사길을 따라 올라가다 막힌 곳에서 왼쪽으로 돌아서서 조금만 더 걸으면 아담한 중국식 사당이 나온다. 대부분 그냥 지나치기 일쑤인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중국식 도교 사당인 '의선당'이다. 1893년에 세워진 의선당은 중국인들이 인천에 정착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비록 홍콩이나 대만에서 볼 수 있었던, 향 연기로 가득 찬 사당처럼 크고 웅장하지는 않지만 중국인 정신세계의 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곳이다.

사당 안마당에는 작은 탑이 있고 사당 건물 안에는 부처, 관음보살, 관운장(관우)의 상이 자리하고 있다. 약간의 기부금을 내면 불상 앞에 있는 기다란 중국식 향 몇 개에 불을 붙여 참배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당 오른쪽에 '유구필응'(有求必應, 구하면 반드시 얻는다)이라 적힌 현판이 달린 작은 건물이 하나 있는데, 이 건물의 용도가 특이하다. 인천시 문화관광해설사 김복순 씨는 "당시 정착한 중국인들 사이에서 다툼이 발생하면 당사자 두 사람을 '유구필응' 방에 가둬놓고 어떻게든 해결을 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짜장면 박물관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삼국지 벽화거리에서 사진을 남겨보는 것도 추억이 될 것이다. 화교중산학교 근처에 있는데, 찾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멀리서 대만의 국기인 '청천백일기'가 보이는 곳 주변을 뒤져보면 나온다. 도원결의부터 장판교 싸움, 적벽대전, 오장원 싸움 등 삼국지 주요 장면 80편을 벽화와 해설로 가득 채운 삼국지 벽화거리는 한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중국'일본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짜장면 말고도 먹을 게 많다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역시 짜장면이다. 차이나타운이 조성될 무렵의 짜장면을 재현해 냈다는 '만다복'의 백년짜장면과 옛 공화춘을 운영하던 사람들의 후손이 만든 '신승반점'의 짜장면이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느 곳을 가도 짜장면의 맛만큼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 여행객들의 평가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먹거리가 짜장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중국식 간식들이 관광객들을 유혹하는데, 앞서 말한 패루 경사길의 막다른 곳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짜장면을 파는 중화요리점을 포함해 다양한 중국식 간식을 파는 곳들이 포진해 있다. 이곳을 지나가다 보면 가장 특이한 간식으로 '후쟈오빙'을 들 수 있다. 반죽 안에 고기, 팥, 고구마 등등으로 속을 채운 뒤 만두처럼 빚어 큰 옹기처럼 생긴 화덕에 붙여 익힌다. 맛도 맛이지만, 만드는 장면 또한 차이나타운이 아니면 보기 힘들다.

길거리에는 하나씩 포장된 월병이 눈길을 끈다. 월병은 우리나라의 추석 송편처럼 중국 중추절 때 나눠 먹는 과자다. 월병의 속도 팥부터 고구마, 견과류 등 다양한 종류를 팔고 있어 고르는 재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크기도 어른 손바닥만큼 커서 하나만 먹어도 든든하다.

만약 중국요리 이외의 다른 요리를 먹고 싶다면 차이나타운에서 약 300m 떨어진 신포국제시장을 가 보자. 신포국제시장은 쫄면과 닭강정이 맨 처음 만들어진 곳으로 유명하며 쫄면을 맨 처음 만든 분식점은 아직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또 신포국제시장의 공갈빵도 쫄면과 닭강정만큼 유명해 사려면 줄을 서야 한다.

인천 차이나타운도 1900년대 초반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대구 근대골목과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대에 수탈당하는 우리 민족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군산의 근대유적지와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근대문화유산 중 하나다. 대구, 인천, 군산의 근대유적지를 서로 비교해보면 훌륭한 역사여행이 될 수 있다.

글 사진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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