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세금으로 고소득 대출자 이자 낮춰준 안심전환대출

가계부채 안정화를 목적으로 정부가 최근 시행한 안심전환대출에서 연소득 1억원 이상의 고소득자 상당수가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나 뒷말이 무성하다. 금융위원회가 12일 공개한 안심전환대출 32만 건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1억원 이상 고소득자가 전체의 5.1%, 6억원 이상 주택을 보유한 사람도 4.7%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중산층 이상의 가계부채 부담을 덜어주는 데 세금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안심전환대출이 가계대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불가피한 정책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세금이 일부 고소득자의 이자 부담을 낮추는 데 쓰인다는 것은 대다수 국민에게 위화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심지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택금융공사의 신용보증을 바탕으로 대출금리를 낮췄기 때문에 주택금융공사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세금으로 그만큼 자본금을 증액해야 하는 구조다.

무엇보다 안심전환대출로 인해 신용 상태가 양호하고 원리금을 꼬박꼬박 갚을 능력이 되는 고소득 주택담보 대출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은 일찌감치 나왔다. 최근 6개월간 30일 이상 연속해 연체기록이 없고 9억원 이하의 주택, 최대 5억원이라는 요건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가계대출 부실을 막는다는 명분에 매달린 나머지 예상되는 문제점을 소홀히 하면서 고소득'고가 주택 소유자의 혜택이 현실화된 것이다.

반면 가계대출 부실 문제가 누구보다 급하지만 원금분할상환 여력이 없는 중산층 이하 서민은 아예 신청을 포기했다. 정부가 모두 40조원의 기금을 마련했으나 신청금액이 31조2천억원에 그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더욱이 전환대출을 받은 후 원금 부담 때문에 최근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까지 속출해 전체 대출자의 10%에 이른다는 것은 분명히 정책상 허점이다. 아무리 경제정책 운용상 필요하거나 공익을 목적으로 한 정책일지라도 부작용이나 미스매치가 발생할 경우 정책 효과가 반감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 같은 정책을 펼 때는 제도 도입 과정에서 여러 상황과 여건을 세밀히 따져보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을 다시 한 번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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