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메르스 발병국 기업인 안 만나"…속 타는 대구 수출 기업

메르스 바이러스가 수출'수입 기업들까지 병들게 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과 접촉하기를 꺼리는 등 무역 교류가 무기한 연기될 조짐을 보이자 대구경북 기업인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얼마 전 대구의 한 전자제품 전문 A기업은 이달 5일 중국 기업과 수출 계약 미팅을 앞두고 황당한 연락을 받았다. "메르스 발병국 관계자와 만나기가 조심스럽다.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만남을 미루자"는 것이었다. A기업 측은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그렇게 하겠다"며 다음 일정을 조율하기로 했다. A기업 관계자는 "대구는 메르스 발병지역이 아닌데도 외국 기업들은 한국 전역을 메르스 위험지역으로 인식하는 모양새다. 잘 돼가던 수출 계약이 자칫 무산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대구 한 제조기업 B 대표도 "이달 초 홍콩에서 택시기사와 기업인들이 나더러 '왜 마스크를 끼지 않고 다니느냐'고 질책했다"며 "현지인들은 '한국인이 질병을 곳곳에 퍼뜨리고 있다'며 원망하거나 혐오하는 모습도 일부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중화권에서 한국 기업 기피가 두드러지지만 미국'유럽 등 선진국 바이어들까지 비슷한 반응을 보이면 수출 환경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2003년 중국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해 기승을 부렸던 때도 우리나라 경제가 덩달아 휘청거린 적이 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관계자는 "지역에서도 협회를 통하지 않고 스스로 무역에 나서던 기업 가운데 어려움을 겪는 곳이 일부 있을 것"이라며 "앞서 사스 발병 시 중화권 국가와의 수출입 통로가 완전히 봉쇄됐지만 온라인 무역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나마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기업인들은 "지자체'정부 차원의 대응책이 필요하다. 피해업체에 대한 금융 및 세제지원, 국내 수출상담회 개최, 방역강화 및 국내외 출입국자에 대한 실질적 예방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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