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초등학교 4학년 김준우(가명'11) 군은 머리카락을 짧게 잘라본 적이 없다.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귀가 없는 준우는 고막, 달팽이관 등 내이 기관은 정상이지만 귓구멍이 막혀 있는 선천성 외이 기형이다. 최근 외모에 관심이 많아진 준우는 학교에서든 시설에서든 본인의 귀를 숨기기 바쁘다. 1, 2년 전까지만 해도 바깥 활동을 좋아했지만 최근에는 축구나 야구 등 또래 남학생들이 좋아하는 활동을 피하기 시작했다. 뛰다가 머리카락이 날려 한쪽 귀가 남들에게 들킬까 봐서다.
"귀를 보고 놀리는 학교 친구들이 많은지 요즘에는 풀이 죽어 들어오는 날이 많아졌어요. 내성적인 성격인 준우가 외모 스트레스와 부모에게 버려진 상처로 더 소극적인 아이로 자라면 어떡하나 걱정이에요."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
갓난아기 때부터 시설에서 생활한 준우는 부모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다. 20대 초반 젊은 나이에 결혼해 준우를 낳은 부모는 한쪽 귀가 없는 아이가 태어나자 치료비 걱정에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했다. 준우가 태어난 지 2개월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 부모는 아이를 한 장애시설에 맡겼고 그 뒤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장애시설에서 4년이나 생활한 준우는 또래보다 말도 한참 늦게 배웠다. 남들과 한쪽 귀만 다르게 생겼을 뿐, 지적 수준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장애시설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낸 것이다. 어린 시절 대부분을 지적장애,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준우의 발달 수준에 맞는 언어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
다행히 일반 아동이 생활하는 지금의 양육시설로 옮겨왔지만 이곳에 처음 왔을 땐 '선생님 간식 주세요' 같은 간단한 의사 표현도 못 할 정도였다. 또래보다 말이 어눌하고 표현력이 부족하다 보니 친구들과 갈등도 종종 겪었다. 의사소통이 안 돼 본인 스스로 답답해하고, 화를 내거나 몸이 먼저 나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세까지 보여 등교 전 약을 먹지 않으면 학교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다.
"준우가 성격은 조용하지만 말을 제때 배우지 못해서 그런지 말보다는 행동으로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아요. 주의가 산만하고 한 곳에 집중하기 어려워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청력까지 잃고 있는 아이
준우는 올해 초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청력검사를 받았다. 친구가 말을 걸어도 잘 알아듣지 못하고 텔레비전을 볼 때도 남들이 시끄럽다고 느낄 정도로 볼륨을 높이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문제가 있는 오른쪽 귀의 청력이 거의 잡히지 않을 정도로 나빠진 상태였다. 1, 2년 이내에 살로 덮인 귓구멍을 뚫는 수술을 받지 않으면 앞으로 내이 기관의 발달, 성장에까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귀 바깥쪽만 치료가 필요하지 안쪽 기관들은 문제가 없는 줄로만 알고 있었어요. 어린 준우가 귀가 어두운 어르신들처럼 행동할 때마다 설마설마했지만 청력까지 문제가 있는 줄은 몰랐어요."
병원에서는 준우의 수술, 치료를 하기에 지금이 적기라고 하지만 당장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 시설 아동들은 시설생활수급자로 분류돼 건강보험 혜택이 일반인들보다 높긴 하지만 준우에게는 건강보험 혜택이 되지 않는 성형외과 치료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가 피부, 연골 이식 등을 통해 귓바퀴나 귓불을 새로 만들어 줘야 하고 수술 뒤에도 병원을 수시로 다니며 귀에 붙인 살이 잘 자리 잡도록 작은 수술도 계속 받아야 한다.
또 대구의 큰 병원에서는 수술이 힘들어 서울까지 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교통비, 간병비 등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도 문제다.
"준우는 이비인후과와 성형외과 수술을 함께 받아야 해 수술비만 해도 최소 2천만원 이상이라고 해요. 준우를 위해 병원에서는 지금 당장 수술을 위한 검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는데…. 준우가 밝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기 위해 많은 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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