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2일 개봉 예정인 영화 '마돈나'(감독 신수원)의 주인공은 분명 배우 서영희(36)다. VIP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 해림(서영희)이 '마돈나'라는 별명을 가진 환자 미나(권소현)의 과거를 추적하면서 겪는 일들을 담고 있는 작품. 해림을 화자로 한 영화는 미나의 안타까운 삶의 사연이 스크린에 구현돼 관객에게 울림을 준다.
주인공은 해림이건만 미나의 위태로운 삶이 조금 더 적나라하게,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해림의 삶 또한 안타깝고 위태로워 보이지만, 이는 미나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배우 서영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당연히 미나 역할을 탐내지 않았는가.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였던 불운한 여인 역의)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이나,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된 여성 역의) '추격자' 같은 작품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미나 역을 탐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처음부터 해림이 되고 싶었죠. 미나는 기존 역할과 비슷했던 점이 있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해림에 좀 더 욕심이 났어요."
"자꾸 믿음을 배신당하고 힘겹게 사는 친구가 실제로 있다. 힘겹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그 친구의 사정이 해림과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도 해림에게 이끌린 이유이기도 하다. 서영희는 어떤 사연인지 묻자 "그 친구 이야기는 이쯤 하자"며 울먹였다. 아마 해림과 미나의 중간 어디쯤 서영희의 친구 이야기도 포함돼 있을 것 같다.
서영희는 자신이 연기할 인물로 해림에게 더 끌렸다고 했으나, 미나 역을 과연 누가 하게 될지 궁금하긴 했다. 단편영화 '러브씬'(2013)에 출연하긴 했지만 영화 경력이 거의 없는 뮤지컬 배우 권소현이 그 주인공. 자신의 맘에 드는 배우를 찾지 못했던 신수원 감독이 영화제 영화를 샅샅이 뒤진 뒤 "유레카"를 외치며 바로 섭외한 인물이다.
서영희는 "감독님이 왜 좋아했는지 잘 알 수 있는 배우"라며 "권소현이 연기를 진중하게 대하는 모습이 느껴져서 믿음이 갔다"고 회상했다.
그렇기 때문에 부럽고 샘이 나기도 했다. "소현 씨가 점점 미나가 되어가고 있더라고요. 감독님도 그렇게 생각했고, 또 영화 연기가 처음인데도 감독님의 배려 덕분인지 상당한 연기를 해내더라고요. 물론 그에 걸맞은 노력이 따랐겠지만요. 둘의 호흡이 부러울 만큼 좋았어요. 왠지 샘이 나더라고요. 그래도 영화가 잘 나왔으니 좋아요.(웃음)"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 이어 또 무겁고 어둡다. 아름다운 얼굴의 여배우인데 대중에게 그리 좋지 않은 이미지로 인식되거나 평가되는 건 어떻게 생각할까.
"저는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이왕이면 두 시간이 제게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작품을 찾죠. 어둡다는 인식이나 평가가 불만스럽지 않아요. 그래도 저라는 사람을 기억해줄 때, 뭔가 대표하는 포인트가 될 수 있는 거니까요. 어둡다는 것도 좋은 의미로 작용한다고 생각하고, 다른 이미지로 바꾸면 되는 거니까요. 또 다른 이미지로 바뀌는 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해요."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돼 한국영화를 세계 영화팬들에게 알린 '마돈나'.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다시 한 번 서영희에게 좋은 기억을 남겼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 이어 두 번째 칸 방문이니 뭔가 변한 게 있을 것 같다.
"딱히 변한 건 없지만 '좋은 작품에 또 얼른 참여해서 다시 한 번 가고 싶다'는 일 욕심이 더 생긴 것 같긴 해요. 영화를 찍었는데 아무도 몰라주면 그렇잖아요. 물론 영화제가 어떤 정답은 아니지만 제겐 엄청난 추억이 생기는 거니까요. '일하는 재미가 이런 것이구나!'를 느끼게 해줘서 고마운 것이 영화제가 아닐까 해요. 다음에 또 가게 되는 기회가 생기면 남편 등 가족과 함께 여행하고 싶어요."
칸 초청 두 번 모두 인상 깊었으니 해외 영화 관계자들로부터 어떤 관심을 받진 않았을까. 그는 "영어가 되면 부탁이라도 할 텐데"라며 "할리우드 등 다른 나라 영화를 보면 '저건 어떻게 촬영할까, 어떻게 연기할까'라며 궁금하긴 하다. 기회가 있으면 좋을 텐데 잘 모르겠다"고 웃었다.
서영희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꽤 다양한 색깔이다. 저예산 영화도 많다.
"저예산 영화들의 제의를 많이 받느냐고요? 영화는 신선함이 있다면, 배우로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영화의 존재이기도 한 거니까요. 그게 부자 영화든 가난한 영화든 상관없어요. 제 마음에 들면 참여하는 거죠. 당연한 말 아닌가요?(웃음)"
사실 서영희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공부했다. 고3 수능을 보고 진로를 바꾼 케이스다. 미술 실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평생 직업으로 삼을 자신이 없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 인도해 주신 길로 가다 보니 이렇게 흘러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연기에 대해 고민한 시절도 있지만 촬영장에 가면 재미있고 행복해요. 사람들 만나는 게 좋고, '천직이구나. 직업 참 잘 선택했구나!'라는 생각을 요즘 하죠."
'마돈나'의 해림은 끝까지 미나를 돕는다. 현실 속 서영희는 해림처럼 미나를 도와줄 수 있을까.
"아무래도 못할 것 같아요. 그런 상황이라는 걸 들은 이상 분명 도와주고 싶은데 그럴 만한 용기는 없어요. '내가 피해 보면서까지 남을 도와줄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답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다들 그 상황을 알기 전에 피하는 것 같아요. 모르면 죄가 아닌데 알게 되거나 듣고 나서 모른 척하면 죄스럽잖아요. 다들 자기 편하려고 그렇게 생각하죠. 부끄럽지만 저도 그런 것 같아요. 그렇다고 누가 누구를 욕할 순 없어요. 다만 불의에 맞서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는 사회에 감사할 따름이죠."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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