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정 선수 출전에 승부 조작까지…윗물 썩은 유도계

안병근·조인철 교수 등 40명 적발, 선수 출전 대가로 억대 금액 수뢰

한국 유도를 대표하는 스타 중 한 명인 안병근 용인대 유도경기지도학과 교수가 전국체전에 부정선수를 출전시키고 대가로 1억여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대구 계성고 출신인 안 교수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남자 유도 71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구 두류공원에는 그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자랑스럽게 여겨 대구시가 건립한 안병근올림픽기념유도관이 있다.

24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발표한 유도계 비리 수사 결과는 한국 유도의 어두운 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경찰청은 이날 전국체전 유도 종목에 무자격 선수를 부정으로 출전시키고 승부조작, 공금횡령 등을 한 혐의로 안병근, 조인철(용인대 유도경기지도학과 교수), 정모 대학교수, 문모 대한유도회 심판위원장 등 40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대한유도회 강화위원장인 안 교수는 전국체전에 부정선수를 출전시키고, 대가로 1억1천만원을 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 교수는 선수들이 자신의 출신학교(중'고교) 소재지나 출생지를 대표해서 전국체전에 나갈 수 있다는 규정을 악용, 2012∼2014년 용인대 유도 선수 18명을 제주도 대표로 출전시켰다.

또 그는 2009∼2014년까지 소속 학교에서 나온 제자들의 훈련비까지 가로채고 법인카드로 소위 '카드깡'을 하거나 금액을 부풀려 결제해 돈을 챙겼고, 지난해 전국체전에서는 특정 선수에게 고의로 지도록 지시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최근 남자 유도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 조 교수 역시 경찰 수사결과 후원금, 선수 장학금, 학교 공금 등 8천만원을 횡령해 주식 투자금과 유흥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유도회 심판위원장은 2013년 전국체전에서 특정 선수를 이기게 하려고 심판에게 '지도' 벌칙을 주라고 지시해 승부를 조작했다는 게 경찰의 발표다.

게다가 대한유도회 남종현 회장은 이달 19일 회식 자리에서 중고연맹 회장 이 모 씨의 얼굴에 맥주잔을 던져 상해를 입히는 폭력을 행사해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한국 유도는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11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15개를 따낸 전통적인 효자 종목이지만 유도회 내부는 각종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특히 대한체육회 김정행 회장이 오랜 기간 대한유도회 회장과 용인대 총장을 역임한 터라 이번 파문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한 유도인은 "회장부터 임원까지 각종 사건에 연루되면서 대한유도회 사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한마디로 한국 유도계는 엉망이 되고 말았다"고 한탄했다.

한편, 유도 등 투기 종목에서 출생지를 속이고 전국체전에 출전하는 부정 사례는 관행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의 시'도체육회가 부정선수의 출전 사실을 알고도 서로 성적 올리기에 급급해 묵인해 왔다는 것이다.

이번 유도계의 비리에 연루된 지역 체육회 관계자는 "전국체전은 시'도에서 가장 뛰어난 1명만 출전하는데, 일부 종목은 특정 시'도에 우수 선수가 몰려 있어 출신지를 속이고 출전하는 경우가 꽤 있다"며 "돈이 오가는 불법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선수들의 시'도 소속을 완전히 투명하게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교성 기자 kgs@msnet.co.kr'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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