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인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메르스로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국민들이 큰 걱정에 휩싸였다. 정부의 메르스 통제 능력에 대한 불신과 현재 백신 및 치료제가 전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 대감염 현실화의 우려로 이어지면서 불안과 공포심을 유발한 탓이다. 이는 메르스 백신 개발이 시급함을 역설하는 것으로, 정부는 메르스 종식 노력과 함께 백신 개발을 서둘러야 할 핵심 정책과제로 삼아야 한다.
물론 정부가 메르스 백신 개발을 이끌어 가기에는 상당한 비용 부담이 문제이다. 세계 유수의 제약사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도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중동지역에서 메르스 발현 이후 최근까지 25개국으로 확산됐지만, 제약사들은 백신 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도 상업생산 성공에 대한 확신을 못 해 관망하는 실정이다. 국외 극소수의 바이오 기업들이 백신 개발에 착수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미완성 상태로 이들로부터 백신을 얻기는 요원한 상황이다.
이는 정부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함을 시사한다. 재원과 소요 기간 등을 감안하면 이번 메르스 사태를 당장 잠재우기 어렵겠지만 좌표는 분명해진 것 같다. 우리는 지난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시 큰 교훈을 얻었다. 전 세계적인 백신 품귀현상에 의해 우리나라에 공급될 백신이 부족해 전 국민이 극도의 공포심에 떨었으며 다수 국민이 생명을 잃었다. 이는 외국 제약사에만 의존해 오던 백신이 국내에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은 결과였다. 다급했던 정부가 백신 완제품 개발 직전에 있던 국내 제약사에 수천억원을 지원해 양산 체제를 만들었고 뒤늦게나마 1천5만여 명에게 백신을 접종할 수 있었다.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는 엄청났다. 당시 우리 대중문화의 한류 열풍에 편승해 고급 의료관광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던 정부가 정작 가장 기본적인 공공의료 위기 상황에서 맥없이 무너지는 허상을 보았던 것이다.
이 같은 뼈아픈 경험을 거울삼아 정부는 2012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가 감염 위기 대응 기술개발 전략을 수립했고 후속 조치로 백신산업 글로벌 진출 방안을 마련했다. 국가적 위기 상황을 초래하는 감염성 질환과 생물테러 위협 시 안정적 백신 공급을 통한 백신 주권 확보 및 2020년까지 우리나라를 세계 5위의 백신강국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골간이다.
이를 위해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가 연계해 긴급성과 공공성이 우선되는 백신 개발 및 임상시료 생산 등을 뒷받침할 플랫폼(기반)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부처 간 손발이 잘 맞지 않고 명확한 중장기 로드맵이 마련되지 않아 미덥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의료 관계 전문가들은 이번 메르스 쇼크를 계기로 정부가 다시 전열을 정비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런 사업이야말로 지구환경 변화와 지구촌 글로벌화로 인한 예상치 못한 고감염성 질환 유입과 창궐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선제적 대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결국 메르스 백신 개발 과제도 이 같은 정책 범주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신종플루 사태를 극복한 경험과 능력을 되살린다면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쇄국의 빗장을 내걸지 않는 이상 앞으로 제2, 제3의 메르스와 같은 신종 및 변종 감염성 질환이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은 크고 풍토병화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한 백신 개발과 백신 생산 관련 기반 조성은 국민 공공의료 안정성 확보의 보루가 됨은 물론 메르스 사태로 초래된 불명예도 벗을 수 있는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택관/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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