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뇌진탕과 외상성 뇌신경 축색손상

일반적인 CT'MRI 잘 확인 안 돼…작은 사고라도 한 달은 경과 관찰

단순 뇌진탕 환자 중 일부는 뇌신경 일부가 손상된 외상성 뇌신경 축색손상으로 후유 증상이 1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영남대병원 제공
단순 뇌진탕 환자 중 일부는 뇌신경 일부가 손상된 외상성 뇌신경 축색손상으로 후유 증상이 1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영남대병원 제공

#머리 충격 후 30분 이내로 실신

#구토·두통 느끼면 뇌진탕 진단

박모(57·여) 씨는 2년 전 길을 걷다가 자동차와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넘어지면서 머리를 살짝 부딪혔지만 별다른 외상도 없었다. 하지만 박 씨는 사고 이후 지속적인 신경통과 두통,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에 시달렸다. 병원을 찾아 CT나 MRI를 찍기도 했지만 정확한 원인도 찾지 못했다. 박 씨는 정밀 검사 끝에 뇌 신경의 일부가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뇌진탕은 흔하게 겪을 수 있는 질환이다. 교통사고나 낙상, 스포츠 손상, 산업재해, 폭행 등 다양한 이유로 머리에 직접적인 충격을 받거나 머리가 강하게 흔들리는 사고를 당하면 뇌진탕이 올 수 있다. 뇌진탕은 대부분 하루 이틀 정도면 회복되거나 길게 잡아도 수주 이내에는 완전히 회복된다. 그러나 뇌진탕 환자 중 15% 정도는 1년이 넘도록 후유 증상이 남기도 한다.

◆일시적 뇌 기능장애, 뇌진탕

뇌진탕은 머리가 물리적인 충격을 받으면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뇌의 기능 장애를 말한다. 단단한 두개골 안에서 뇌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잠시 기능 이상이 생겼다가 이내 회복되는 현상이다. 뇌가 놀랐다고도 표현한다.

뇌진탕을 겪어도 일반적인 뇌 CT나 MRI로는 특별한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은 후 의식을 잃은 시간이 30분 이내이거나 정신이 멍해지거나 혼란을 느끼는 경우, 지난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는 뇌진탕(외상성 뇌손상)으로 진단한다.

뇌진탕이 오면 두통과 메스꺼움, 구토, 무기력, 근력 및 시력'청력저하, 이명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하면 우울증과 불면증, 불안감, 정서 불안정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뇌진탕은 뇌의 일시적인 기능 이상이기 때문에 1, 2일 이내 완전히 회복되고, 늦어도 2, 3주까지는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1년 이상 후유증상이 이어지는 뇌진탕 후 증후군도 나타난다. 미국의 경우 연간 인구 10만 명당 180명의 뇌진탕 환자가 발생하고, 이 가운데 15%는 1년 이후까지 후유증상이 남는 뇌진탕 후 증후군 환자로 분류된다. 한국에서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미국의 사례에 비춰 매년 뇌진탕 환자가 9만 명 정도 발생하고, 이 가운데 1만 명 정도가 뇌진탕 후 증후군으로 추산된다.

◆1년 이상 후유증상 이어지기도

부드러운 조직인 뇌가 충격을 받았을 때 뇌 신경의 축색이 손상되는 '외상성 축색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뇌의 축색돌기는 몸이 느낀 감각자극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신경섬유다. 충격에 의해 축색이 찢어지거나 가늘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면 다친 신경의 반대쪽 손아귀의 힘이 떨어지거나 정교하게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잘 들던 물건을 무거워서 들지 못하거나, 젓가락질이 서툴러지고, 글씨를 잘 쓸 수 없게 되기도 한다. 특히 뇌에서 감각을 관장하는 척수시상로가 손상되면 팔다리나 몸에 신경통이 오고, 디스크 질환이나 섬유근육통, 염좌, 근육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외상성 축색손상은 1, 2차적 뇌손상으로 구분된다. 1차적 손상은 머리를 다칠 때 직접적인 타격에 의해 신경이 손상되거나 머리가 강하게 흔들리거나 회전하는 과정에서 뇌신경 축색이 손상되는 경우다. 2차적 손상은 머리를 다칠 당시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가 축색이 붓거나 자극 전달에 문제가 생기면서 서서히 뇌신경 축색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다. 따라서 머리를 다친 후 2, 3주가 지나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축색손상은 일반적인 CT나 MRI는 진단이 되지 않고, 뇌의 신경을 3차원으로 분석하는 '뇌 확산텐서영상'이라는 특수 MRI로 진단이 가능하다.

◆사고 후 한 달은 경과 잘 살펴야

기억력에 관계된 신경이나 전전두엽이 손상되면 사고 후 기억력 장애나 우울증, 의욕 저하, 성격 변화 등 인지 및 행동장애가 나타난다. 운동 신경이 다치면 손의 근력이 떨어지거나 자주 넘어지고, 어기적거리며 다리를 절기도 한다. 뇌의 감각신경이 손상되면 전신 신경통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

뇌 신경은 손상 후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치료 시기가 중요하다. 뇌 신경이 손상된 후 3~6개월간이 가장 회복이 활발하고, 이 시기에 재활 치료를 받아야 치료 효과가 높다. 그러나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후 외상성 뇌신경 축색손상을 진단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일반적인 뇌 CT나 MRI로 병변이 잘 발견되지 않고, 뇌 확산텐서영상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장성호 영남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외상성 뇌신경 축색손상은 꾀병 환자로 낙인찍히거나 심리적인 문제로 치부돼 근본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보험회사는 과잉 진료로 치료비를 도로 내놓으라는 소송을 걸기도 한다"면서 "교통사고를 당한 후 2차적 손상에 의해 뇌신경 축색손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경미한 사고라도 사고 후 한 달 정도는 경과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장성호 영남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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