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세요.♥♥"
사랑하기도 힘겨운 시절이다. 젊음의 특권인 연애도 맘대로 할 수 없으니, 서글픈 현실이다. 따뜻한 사랑을 맘껏 나누기에는 현실의 벽이 높기만 하다. 당장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으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뭔가 폼나게 즐기기도 어렵다. 게다가 막연한 미래를 생각하면, 맘놓고 사랑하기에 더 주눅이 든다. '연애는 낭비, 결혼은 사치'라는 생각마저 하는 청춘들이 많으니, 젊은 연인들은 용기백배하기 힘들다.
'못 먹어도 고(Go)!'를 외치는 마초형 남자들도 예전에 비해 많지 않다. '지금 당장은 가진 것 하나 없지만, 내 애인만은 평생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젊은 남성들의 배포는 뻔히 보이는 암울한 현실 앞에 무너진다. 미래에 대한 뚜렷한 비전만 있어도, 당장 눈앞의 현실은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희미하고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젊은 연인들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진다. 그러니, 인류 최고의 가치인 '사랑'도 '사치'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연인들은 사랑해야 한다. 대학가를 비롯해 젊은 연인들이 느끼는 현실의 벽과 함께 그들의 연애 노하우를 들어봤다.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우리, 그래도 사랑할래요∼"
호기로운 낭만이 사라진 캠퍼스. 대학 내의 CC(Campus Couple, 캠퍼스 내 커플)들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얼마 되지 않는 용돈을 쪼개서 데이트 비용으로 충당하다 보니, 할인쿠폰과 값싼 음식점 등에 대한 정보는 빠삭한 수준이다. 영화나 연극 등 공연을 보더라도 조조할인과 '1+1 티켓'으로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형편이다. 불투명한 미래는 캠퍼스 커플을 더욱 움츠러들게 한다.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하고, 캠퍼스 내에서 산책을 즐기지만 졸업 후 번듯한 직장을 생각하면 맘껏 놀 수만도 없는 입장이다. 현실이 이렇게 연연들을 슬프게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예쁜 사랑을 키워가는 두 커플을 만나봤다.
◆'A-B 커플'의 연애 노하우
계명대 A씨와 B씨는 지난해 6월 14일부터 캠퍼스 연인으로 잘 사귀고 있다. 같이 수업을 들었고, A씨가 유심히 살피다 사귀자고 프러포즈를 했다. B씨도 덩치 좋고, 듬직한 A씨를 남자친구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200일 넘게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둘 다 취업이 문턱 앞에 와있는 터라 항상 마음은 쫓긴다. 데이트는 주로 캠퍼스 안에서 이뤄진다.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하고, 채플관'한학촌 등으로 함께 손잡고 산책을 다니며 휴식을 즐긴다.
학비를 아끼기 위해서 둘 다 학교에서 도우미 일도 했다. B씨는 '아리미'로 활동했으며, A씨는 '도서관 홍보대사'로 일했다. 특히 A씨는 헌혈왕이다. 한 달에 두세 번씩 피를 뽑을 정도로 자주 헌혈의 집을 찾고 있으며, 헌혈 이후에 받은 영화 할인티켓으로 둘은 커플 문화행사를 한다.
A-B커플은 "사실 취업에 대한 부담 때문에 마음 놓고 연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둘의 미래를 위해 서로에게 생산적인 방향으로 데이트를 즐긴다"며 "가능하면 소모적인 사랑싸움은 줄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안 커플'의 우리 사랑 이대로
기계자동차공학과 4학년 이민현(24) 씨와 스페인어 중남미학과 3학년 안희주(21) 씨는 스쿨버스에서 만나 사랑을 꽃피운 사이다. 이 씨는 스쿨버스를 타고 다니다 안 씨를 마음에 두고 기다리고, 용기를 냈다. 이제 사귄 지 140일이 넘었다. 이제 캠퍼스 커플로 제법 안정감도 생겼다. 커플 통장도 만들어서 잘 관리하고 있다. 매달 초에 15만원씩을 입금해서, 둘의 데이트 경비로 아껴쓰고 있다. 둘의 문화행사도 알뜰살뜰하다. 통신사 할인 또는 수요일 '1+1' 이벤트 등을 찾아다닌다.
안 씨는 "남자친구가 올해 4학년이라서 이제 본격적인 취업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제가 더 양보하고 신경을 쓸 계획"이라며 "부모가 큰 부자가 아니기 때문에 용돈도 아껴쓰면서 알콩달콩 사랑하는 재미가 있다"고 털어놨다.
캠퍼스 커플이라서 불편한 점도 사실 많다. 주변에 친한 친구들을 만나면, 사실 이성친구 때문에 신경쓰일 일이 많다. 특히 안 씨의 경우 같은 과 선배들이 조금 다정스럽게 대할 경우 남자친구의 얼굴이 어른거려 아무래도 행동을 조심할 수밖에 없다.
이 씨는 "사랑하는 사람이 같은 학교에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며 "다소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소중한 인연을 놓치지 않으면서 제 미래도 잘 가꾸어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신세대의 데이트 필수품 '커플통장' 아시나요?
신세대 커플들은 데이트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까. 주머니 사정이 뻔한 학생 신분이 대부분인 젊은 커플들이 어떻게 비용을 조달할까 하는 궁금증이 없지 않았다. 1980~9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남성이 모든 데이트 비용을 감당해야 했던 기억이 생생하리라. 그동안 세월이 많이 변해 남녀평등이 연인들의 데이트 풍속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남성이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계명대 성서캠퍼스에서 두 캠퍼스 커플을 만나 취재를 하다, 요즘 젊은이들의 데이트 신풍속을 발견하는 의외의 수확(?)도 거둘 수 있었다. 바로 '커플 통장'이다.
이 통장은 공동 데이트경비 관리법으로 남녀평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매달 초에 남자와 여자가 일정 금액을 각자 공동 통장에 입금하면 그 돈으로 한 달 동안 두 사람의 데이트 비용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매월 입금되는 20만∼30만원의 공동경비는 주로 여자가 관리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돈 관리에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능력'이 있기 때문이리라. 그 돈으로 함께 식사를 하거나 영화감상, 여행을 하는 경비로 충당한다.
통장 관리자인 여성은 그 돈을 아끼고 또 아껴서 100일 기념일이나 생일 등에 커플 반지나 티셔츠를 맞추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데이트 경비는 남자의 몫이라는 기존 관념을 뿌리째 흔들어 놓는 커플 통장이다. 모든 비용은 남녀 정확히 반반으로 나뉜다.
신세대 CC들에겐 커플 통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듯하다. 남녀 모두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쓰는 형편인 데다 취업전쟁에 내몰리고 있으니, 서로에겐 합리적인 비용부담의 방법인 것이다.
커플 통장을 만들어 사용한다는 커플들은 이런 방식이 매우 편하다고 말한다. "예전엔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비용을 혼자 감당해야 했는데 지금은 서로 함께 부담하니 마음이 더 가볍습니다. 용돈이 떨어졌을 때 데이트를 하려면 괜히 쭈뼛거릴 때도 많았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잔고 범위 내에서 사용하니 서로 의논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더 마음이 통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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