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은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멋이 깃들어 있는 멋들어진 주거 양식이다. 주변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흙, 돌, 나무를 재료로 활용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온돌과 마루를 동시에 가지는 구조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것이 바로 우리 한옥이었다.
하지만 맹렬한 기세로 진행되던 산업화와 함께 온통 시멘트 재료로 발라 놓은 양옥에 밀려 한옥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한옥을 마구 부숴 없애고 양옥을 올리는 것이 대유행이었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가운데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와 더불어 환경 친화적인 집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뭔가를 아는 사람들'은 양옥보다 한옥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농어촌으로의 귀농, 귀촌과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가구도 폭증, 한옥의 수요는 글자 그대로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북도는 높은 시공비로 인해 한옥의 대중화에 어려움이 많다고 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북형 한옥' 모델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연장선에서 경북도는 '경북형 한옥' 사업을 올해부터 본격화한다.
◆한옥 디자인, 역시 명품
경북도청'도의회 신청사를 본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란다. 한옥의 미를 그대로 살린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신도청 청사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전통의 멋을 한껏 담은 신청사는 지붕에 기와를 얹어 한옥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특히 이 기왓장에는 경북의 새 천년 비전과 가족의 건강, 안녕 등 경북도민의 염원들이 새겨져 있다. 염원이 담긴 기왓장이 지붕에 얹혀진 것이다.
지난 2013년 4월, 경북도는 경북의 번영을 위한다며 신청사 지붕에 올릴 기왓장에 염원을 담을 '기와 만인소' 참가자를 모집했다. 애초 목표를 약 3천 명 초과한 도민 1만2천896명의 이름을 새긴 기와를 제작, 도청과 도의회 청사 지붕 전면에 올렸다. '만인소'(萬人疏)는 조선시대 여러 선비가 연명으로 임금에게 올린 상소였다. 영남지역에서 처음 시작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신청사 지붕에는 모두 65만 장의 기와가 얹혀졌다.
신청사 건축물의 백미인 지붕에는 숨은 기능과 전통의 아름다움이 공존하고 있다. 전통 지붕의 겹처마와 주심포 양식의 이익공(二翼工)을 현대적으로 적용, 고건축의 선과 미를 극대화하고 있다. 경북의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다는 전국적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청사를 보려는 관광객들이 급증한 것은 물론, 외국인들도 감탄하고 있다.
탈렙 리파이 UNWTO(유엔세계관광기구) 사무총장은 지난해 경북도청 신청사를 방문해 "새 도청 청사는 우아하면서도 세밀함이 돋보이고 한국 정신과 혼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오래전 건축학 전공 교수를 역임한 건축가로서 평가해도 관광자원으로 충분히 매력 있고,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경북은 한옥의 메카
경북은 우리 역사의 중심을 차지했던 만큼 질적으로 우수한 잠정 한옥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많다. 경북도는 8만9천800채 정도의 한옥이 있는 것으로 잠정적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전수조사를 통해 한옥 통계를 정확하게 만들 방침이다.
경북 도내 목조 건축물 수량은 19만4천 동으로 전국의 14%를 차지할 만큼 목조 건축물의 분포 비중이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경북 한옥의 우수성과 문화적 독창성을 발굴하고 보존해야 하는 필요성을 던져주고 있다.
23개 시'군별(2011년 기준)로 보면 전통의 도시 경주에 2만2천여 동이 있어 가장 많고 ▷안동 1만9천여 동 ▷포항 1만4천여 동 ▷영천 1만4천여 동 ▷예천 1만1천여 동 ▷영주 1만여 동 ▷울진 1만여 동 ▷봉화 9천300여 동 ▷경산 9천100여 동 순이다.
한옥이 밀집된 마을(10호 이상)이 28곳이나 되며 이들 마을은 전통적 건축 경관을 잘 간직하고 있다.
익히 잘 아는 하회마을을 비롯해 성주 한개마을, 경주 월성양동마을, 구미 일선리마을, 청송 덕천민속마을, 영주 수도리 전통마을, 예천 금당실 한옥마을, 봉화 닭실마을 등이 경북 한옥마을의 대표격이다.
유서 깊은 선비의 고장이자, 유학이 뿌린 내린 곳으로 불리는 영주. 우리나라에 주자 성리학을 처음 전한 성리학의 비조(鼻祖)인 회헌 안향(安珦'1243~1306) 선생의 고향이기도 하다. 경북도가 이곳 영주 한옥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본 결과, 영주만해도 한옥이 모두 4천560동, 전체 건축물의 11.4%에 이르렀다. 목조 건축물의 41.5%를 차지했다.
영주의 전체 건축물 중 한옥이 차지하는 비율은 '한옥마을'로 잘 알려진 전북 전주(3.5%)의 3.3배, 나름대로 한옥이 많은 대구(3.9%)의 3배였다.
영주 한옥을 분석해보니 보존이 잘된 A등급 한옥이 전체의 13.9%에 이르러 전주(A등급 2.5%)보다 몇 배나 많았다.
영주 한옥은 팔작지붕이 83.2%에 이르러 전통미를 갖추고 있었고 시멘트기와 등으로 된 지붕 재료만 교체해도 전통경관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영주 한옥의 지붕에 전통 기와가 올라가 있는 비율은 12.2%에 머물렀다.
◆경북형 한옥을 만든다
경북도는 지난해 5월 '경북형 한옥' 포럼 창립총회를 시작으로 적극적인 한옥 정책을 펼쳐 나가기 위해 포럼 인력 구성을 마무리하고 다양한 '한옥 정책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경북도는 우선 기존 한옥의 보존도 중요하지만 한옥 신축을 원하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수요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경북형 한옥' 모델 개발을 시도해왔다. 용역이 발주됐고 한옥포럼 소위원회를 수차례 개최, 설계'시공'자재 등 한옥 관계 전문가들의 기술적 자문과 현장 답사를 거친 결과물을 갖고 다음 달 최종 모델 선포식을 가질 방침이다.
경북도는 경상북도건축사회와 함께 TF팀을 구성하고 가격별, 평형별, 자재별로 보다 다양한 한옥평면을 추가로 개발, 한옥 건립 수요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필요 시 언제든지 제공하기로 했다.
경북개발공사도 도청 이전 신도시 내 한옥마을 조성(73필지)을 위해 시범한옥 10동을 건립하고 이를 공개, 한옥마을 택지분양을 본격화한다. 관광객들에게 한옥의 우수성과 실용성을 홍보하는 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또 도내 목조 건축물에 대해 2018년까지 한옥 전수조사를 실시'DB화한 뒤 조사 결과에 맞는 한옥정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경북도는 올해부터 건축자산진흥구역 또는 한옥마을 내에서 기존 한옥 보수 또는 한옥 신축 시 각각 2천만원, 4천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으며 농촌주택개량융자금(이율 2%)도 추가지원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우리의 전통 한옥을 현대생활에 편리하면서 손쉽게 지을 수 있는 '경북형 한옥' 모델을 개발, 널리 보급하겠다"며 "우리의 전통문화를 합리적으로 계승'발전시켜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동시에 건축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도 시'군별 목조건축물 많은 곳(단위: 동)
경주 22,491 안동 19,780 포항 14,719 영천 14,454 예천 11,090
영주 10,802 울진 10,087 청도 10,054 봉화 9,303 경산 9,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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