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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더불어민주당, 무엇을 위한 필리버스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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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해 야당이 시작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마지막 주자인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끝으로 종료됐다. 무려 192시간 만이다. 이는 세계 최고 기록이다. 의원들 개인별 기록도 최장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전혀 자랑스럽지 않은 '기록'들이다. 필리버스터의 타깃 설정이 근본적으로 잘못됐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테러방지법이 시행되면 국민은 국정원에 의한 전방위적 사생활 감시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국정원에 테러정보수집권을 줘서는 안 된다는 이유다. 국정원의 '전과'에 비춰 그런 우려는 이해되는 면이 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상상의 산물일 뿐이다. 감청은 고등법원 수석부장 판사가 영장을 발부해야 가능하다. 또 국정원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대테러센터를 국무총리실에 뒀으며 인권보호관까지 마련했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테러방지법이 말 그대로 테러 방지를 위한 것이란 사실을 외면한 점이다. 테러를 방지하려면 테러 가능성이 있는 인물에 대한 사전 감시나 조사가 필수적이다. 이는 인권 침해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가능성의 차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완벽한 인권 보호, 완벽한 테러 방지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차선의 해결책은 최대한 인권을 보호하면서 테러도 효율적으로 방지하는 방안이다.

물론 국가기관의 인권 침해 가능성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우려는 타당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테러로부터 어떻게 하면 국민의 삶을 안전하게 지킬 것인가도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논리에는 이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었다.

그런 점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세계 최장이란 기록 말고는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테러 예방에 주안점을 둔 제도적 장치 마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야당은 과연 192시간 동안이나 테러방지법 처리를 방해했어야 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그 192시간은 우리의 헌정 수준을 높인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반면교사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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