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알맹이 없이 재탕한 새누리당의 대구 경제 공약

새누리당 대구선거대책위원회가 10일 '경제선거대책회의 및 공약이행 서약식'을 개최한 것은 무소속'야권 후보의 약진에 고전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다급한 속내를 잘 보여준다. 이날 회의에는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김종석 공약본부장, 조원동'강석훈 경제정책본부장까지 참석했다. 새누리당이 중앙당 차원의 경제선대위를 지방에서 개최한 것은 대구가 처음이다. 그만큼 새누리당은 대구의 선거 판세에 큰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회의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 결론은 지난달 29일 대구시당이 이미 발표한 '대구 5대 핵심공약'을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것뿐이다. 5대 핵심 공약이란 국내 10대 대기업 이전, KTX고속철도 대구 통과구간 지하화, 청년 벤처창업밸리 조성, 대구 취수원 구미 국가산업단지 상류 지역 이전, K2 공군기지 및 50사단 이전 등으로 발표 당시에도 '이것을 공약이라고 내놓았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미 법적 기반이 마련돼 새로 공약할 필요가 없거나(K2 이전) 비현실적인데다 자칫 새로운 규제가 될 수도 있으며(KTX 도심통과 구간 지하화), 선거 때마다 나오는 단골메뉴(대기업 이전, 청년 벤처창업밸리 조성, 취수원 이전)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했지만 기초적인 이행계획도 제시하지 않아, 실천 가능성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대구가 무엇을 먹고살아야 할지에 대한 기본적인 그림이 없다는 점이다. 10대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했지만, 유치 대상 기업이 어떤 업종인지조차도 언급이 없었다. '아니면 말고'식으로 그냥 한 번 해본 소리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같은 날 새누리당은 광주를 자동차 100만 대 생산기지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광주에 삼성그룹의 미래차 산업을 유치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자동차 100만 대 생산기지 공약은 이에 대한 맞불 차원이지만 어쨌든 자동차산업으로 업종을 특정했다. 이와 비교할 때 '10대 대기업 이전'은 뜬구름 잡는 소리나 다름없다. 이런 식으로 대구 시민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참으로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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