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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대왕 수중릉 일대 '굿당 갈등' 격화

무속인들 "철가가 능사 아니다"-경주시 "문화재 구역 정서 훼손"

대왕암 주변은 신기가 좋다고 소문이 나면서 많은 무속인들이 찾고 있다. 이채수 기자
대왕암 주변은 신기가 좋다고 소문이 나면서 많은 무속인들이 찾고 있다. 이채수 기자

경주 문무대왕릉(대왕암) 주변 굿당을 두고 무속인들과 경주시가 양보 없는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근 대왕암 주변이 전국에서 가장 신기(神氣)가 좋은 곳으로 알려지면서 무속인들이 모이고 있고 처음 내림굿을 받은 강신무(降神巫)들은 대왕암 주변을 무당이 된 후 첫인사를 드리는 성역으로 생각한다. 이렇듯 대왕암 주변에는 하루 5, 6차례 굿판이 벌어지고, 제상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됐다.

사정이 이런 만큼 무속인과 일부 주민들은 굿당을 철거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지 않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무속인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전통문화예술양성위원회는 "무턱대고 금지를 하기보다는 일정 장소를 허가해 무분별한 굿이 이뤄지지 않게 하고 쓰레기도 되가져가게 하는 등 굿당 사용지침을 만들어 관리하면 된다"며 "우리의 미풍양속과 전통문화가 상생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일부 주민들도 "굿판이 벌어진 뒤 이 일대 상권이 살아났다"며 "굿판을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양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주시는 강경한 입장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신라 삼국통일을 이룬 문무대왕의 넋이 서린 곳인데, 이 일대가 굿당으로 소문이 퍼지면서 각종 쓰레기 무단 투척으로 인해 문화재 구역의 정서를 훼손하고 있다"며 "앞으로 예산이 뒷받침되는 대로 주변의 사유지를 매입, 시유화해 사유지 굿당도 점차 없애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제주국제대학 조성빈 교수는 "동해안 별신굿'오구굿, 영해별신굿, 부산기장오구굿, 충북 충주 목계별신굿, 남해안별신굿, 진도 씻김굿, 제주 칠머리 당굿'처용무굿 등을 초청해 보여주는 굿판을 만들고 관광자원화하는 것도 지역 경제 및 전통예술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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