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전기차 시대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모터스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3'이 이달 7일 사전 계약에 돌입한 지 1주일 만에 32만5천 대를 돌파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140억달러(한화 16조1천560억원)에 달한다.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주목받는 또 다른 분야가 있다. 바로 '탄소 소재'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은 반영구적 배터리, 바로 2차전지다. 탄소계 흑연은 2차전지 음극재의 원료로 전기차 시대의 개막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소재가 됐다.
미래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탄소 소재의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지난 2012년 지식경제부는 산업적 가치와 미래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6대 탄소 소재를 선정해 기술개발과 산업화를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6개 탄소 소재는 인조흑연, 탄소섬유, 카본블랙, 탄소나노튜브(CNT), 활성탄소, 그래핀 등을 말한다.
6대 탄소 소재에 대한 국내 기술력은 천차만별이다. 탄소학회가 미국'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해 기술력을 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최고 100점 기준 그래핀(100점), CNT(90점), 카본블랙(80점), 활성탄소(70점), 탄소섬유(60점), 인조흑연(30점) 순이다. 특히 인조흑연'탄소섬유 등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소재는 기술격차가 크다. 일본은 두 소재 모두 100점, 미국과 독일은 각각 95, 90점을 받았다. 중국도 탄소섬유 70점, 인조흑연 60점으로 한국보다 높았다.
이런 가운데 경북은 구미-탄소섬유, 포항-인조흑연을 양대 축으로 한 탄소산업 육성을 비전으로 내걸었다. 상대적으로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큰 인조흑연은 그만큼 성장 가능성과 시장 규모가 큰 탄소 소재다. 경북은 국내 최대의 인조흑연 생산 거점으로, 음극재 등 인조흑연 산업화에서 속속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인조흑연이란
'인조흑연'은 석유 또는 석탄 부산물인 코크스(Cokes)를 2천800℃ 이상으로 열처리해 흑연화한 합성물이다. 천연 흑연이 비교적 저가제품에 쓰이는 데 반해 천연 흑연보다 순도가 높고 비중은 작은 인조흑연은 경량성'내열성'열전도성'화학적 안정성'강도 등이 탁월해 철강산업의 전극봉, 2차전지 음극재, 반도체 및 태양전지용 핵심소재, 원자력산업 감속재 등으로 두루 쓰인다. 국내 산업계가 추정하는 인조흑연 세계시장 규모는 탄소섬유(20억달러)의 2, 3배 수준으로 6대 탄소 소재 중 부가가치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포항 포스코켐텍은 지난해 10월 국내 최초로 프리미엄급 '침상(針狀) 코크스'(Needle Cokes) 생산에 성공해 국산 인조흑연 시대를 열었다. 침상 코크스는 인조흑연 제철공정에 활용하는 석탄을 고온건류할 때 발생하는 콜타르에서 열처리 공정 등을 거쳐 만든 바늘 모양의 고탄소 덩어리이다. 포스코켐텍은 2013년 4월 전남 광양에 일본 미쓰비시와의 합작법인 피엠씨텍(PMCTECH) 공장을 착공해 제조기술을 이전받고, 국내 독자 생산을 추진한 지 30개월 만에 침상 코크스 본격 생산에 돌입했다.
포스코켐텍은 침상 코크스 국내 생산에 따라 연간 7천억원 이상의 수입 대체효과를 거두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침상 코크스를 원료로 하는 반도체, 2차전지, 전기 자동차 등 수요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 포스코켐텍의 인조흑연계 음극재 사업에 날개가 달렸다. 인조흑연계 음극재는 천연흑연계와 비교해 2, 3배 정도 수명이 길다. 천연보다 원료 가격이 훨씬 높아 그동안 사업화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포스코켐텍이 프리미엄급 침상 코크스 생산에 성공하면서 가격 문제가 일시에 풀렸다. 포스코켐텍은 안정적 생산이 가능해진 인조흑연계 음극재를 IT기기, 자동차, 에너지산업 등 각 분야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인조흑연 메카, 포항
구미가 세계 최대 탄소섬유 업체(일본 도레이사) 유치 이후 아시아 탄소섬유 거점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면 포항은 국내 인조흑연의 메카라 할 수 있다.
포스코켐텍은 흑연을 원료로 하는 2차전지 음극재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구축했다. 국내 유일의 2차전지 음극재 생산 업체로 올해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400%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음극재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해 글로벌 5위 업체로의 진입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켐텍은 지난 3월 생산라인을 3기까지 늘리며 연간 5천400t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지금까지 2차전지 시장이 IT와 모바일기기 등 소형제품 위주였다면, 앞으로는 전기자동차와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등 중대형 전지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란 분석에 따라서다. 2020년까지 완성품 시장은 40조원, 음극재는 3조원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음극재 시장 성장 추세에 발맞춰 포스코켐텍은 세종시 음극소재사업소에 2차전지 음극재 생산라인 1기를 추가 증설할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제품 생산에 들어가면 모두 4개 라인에서 연간 최대 8천t 규모의 음극재를 생산할 수 있다.
그동안 포스코켐텍이 천연흑연계 음극재 사업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인조흑연계 음극재 시장을 개척한다. 침상 코크스 제조기술 확보에 따라 현재 초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1년 포항부품소재전용공단엔 국내 최초의 인조흑연 생산 공장이 들어섰다. 일본 이비덴사의 한국 생산기지(이비덴그라파이트코리아)가 포항에 자리 잡은 것이다. 이비덴사는 1차 1천448억원을 투자해 월 650t 규모의 인조흑연 생산공장을 건립했으며, 이에 따른 수입대체효과는 연간 800억원에 달한다.
이비덴그라파이트코리아는 일본에서 분쇄한 원료(코크스나 피치)를 흑연화해 최종 제품을 만들어낸다. 전자제품의 PCB 기판과 디젤차량에 들어가는 매연저감 필터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 현재 태양광, 반도체'LED 산업을 겨냥해 제2공장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정병윤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경북도가 타깃으로 잡고 있는 탄소 소재 시장은 탄소섬유와 인조흑연 분야"라며 "기존의 탄소섬유는 자동차 부품에 집중하고 인조흑연은 2차전지, 반도체 산업 분야의 고부가가치 시장 개척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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