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와 함께]"법무팀장이라는 변호사 말 믿었는데…" 알고보니 공기업 직원?

의뢰인 "증거 누락 등 사건 진행 전반에 차질" 불만 제기
"변론 진행 등 업무 처리 전반 변호사가 도맡아" 해명
변호사법 위반·사기 혐의로 경찰 고발까지

변호사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변호사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대구의 한 변호사가 지인인 지역 공기업 직원을 본인 사무실 직원으로 속이고 사건을 수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 달서구에 사는 A씨는 지난해 8월 민사 소송 진행을 위해 지역 변호사 B씨에게 사건을 의뢰했다. B씨는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법무팀장과 사건 논의를 하라며 C씨의 연락처를 건넸다.

이후 A씨는 C씨와 송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C씨는 개인 메신저를 통해 A씨가 제출한 자료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거나 추가 정보를 물어보고, 소장 초안을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C씨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에 연락해 자신을 법무팀장이라고 소개하고, 사건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

문제는 C씨가 법무팀장이 아닌 지역 한 공기업 직원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변호사 B씨와는 같은 대학교 선후배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사건을 수임한 지 3개월이 지난 지난해 11월에야 A씨에게 "사실 법무팀장이 아니고, 공기업 직원이다. 일을 잠시 쉬는 사이에 변호사를 도와준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후 A씨는 결국 패소했다.

A씨는 변호사가 직접 업무를 처리하지 않아 송사 진행 전반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A씨는 지난달 22일 B씨를 변호사법 위반, 사기죄 등으로 수성경찰서에 고발한 상태다.

A씨는 "B씨가 정상적인 자격과 절차에 따라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믿고 수임료를 냈는데 실제로는 의뢰인을 속이고 제3자가 대행했다"며 "변호사가 아닌 사람에게 법률사무를 전담시키고 수임료를 받은 행위는 분명한 위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C씨는 의뢰인을 속이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C씨는 "A씨의 조언에 따라 법무팀장이라고 소개해 일을 도왔지만, 소장 최종본을 작성하고 변론을 진행한 것은 변호사"라며 "일을 하면서 대가를 받은 것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 신분을 밝힌 뒤 도와줄 수 없다고 알렸는데, 의뢰인이 이후에도 계속 맡기려 했다"고 말했다.

지역 법조계는 변호사가 지인을 법인 소속 직원인 것처럼 소개한 데 대해 '일반적이지 않은 행위'라고 해석했다. 한 관계자는 "전문 지식을 가진 이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소장 작성 도움을 받는 일은 업계에서 흔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지인을 소속 직원으로 속여 소개한 일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본지는 B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 등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결국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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