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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낙산사 비극은 없다" 전기 화재 실시간 감시·통보

전통사찰 가장 많은 경북도, 방제 시스템 완벽 구축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통사찰을 보유한 경상북도가 전통사찰 방재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보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경주 불국사에서 열린 화재진압 훈련. 매일신문 DB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통사찰을 보유한 경상북도가 전통사찰 방재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보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경주 불국사에서 열린 화재진압 훈련. 매일신문 DB

2005년 4월 5일. 한국 불교계에 재앙이 닥쳤다. 양양군 강현면 사교리 일대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천년 고찰 낙산사를 덮친 것이다. 신라 문무왕 때이던 671년 의상대사가 창건해 1천334년의 역사를 지닌 고찰이 이날 산불로 한순간에 전소했다. 유형문화재 35호인 낙산사는 1399년 태조 이성계가 행차해 법회를 열고 1467년 행차한 세종대왕 지시로 중창되는 등 숭유억불정책을 펼쳤던 조선왕조에서도 명성 높던 사찰이다. 낙산사엔 보물 제479호인 낙산사 동종, 보물 499호인 7층 석탑, 보물 1362호 관세음보살좌상 등이 있었다. 이 가운데 낙산사 동종은 화재로 녹아내려 보물에서 지정 해제됐다. 2년 뒤 동종은 복원됐지만 다시 보물로 지정되지 않으면서 보물 제479호는 결번이 됐다.

2005년 낙산사 화재는 이처럼 한국 불교계의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남았지만, 소중한 천년 고찰이 화마에 불타 어처구니없이 사라지는 것을 전 국민이 목격하면서 전통사찰 방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통사찰을 보유한 경상북도는 역사적 가치와 민족문화유산을 보존, 계승하고 있는 전통사찰에 대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14일 석가탄신일을 맞아 방재 시스템 구축 사업 등 경북도가 도입한 전통사찰 보존 정책의 의미와 성과를 살펴본다.

◆전통사찰의 의미와 가치

'전통사찰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통사찰로 지정'등록된 사찰은 2015년 12월 현재 전국에 걸쳐 952곳이다. 경북도는 이 가운데 가장 많은 178곳의 전통사찰을 등록'관리하고 있다. 용담사 등 안동 지역 전통사찰이 17곳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경주 불국사 등 16곳 ▷상주 남장사 등 14곳 ▷포항 해봉사 등 13곳 ▷영천 죽림사 등 13곳 ▷경산 경흥사 등 12곳 ▷청도 대산사 등 12곳 순이다. 또 ▷영주 부석사 등 9곳 ▷의성 만장사 등 9곳 ▷구미 약사암 등 8곳 ▷김천 구화사 등 8곳 ▷예천 한천사 등 8곳 ▷군위 압곡사 등 7곳 ▷문경 봉암사 등 7곳 ▷봉화 청량사 등 6곳 ▷칠곡 대둔사 등 6곳 ▷성주 임정사 등 4곳 ▷청송 대전사 등 4곳 ▷고령 관음사, 반룡사 2곳 ▷영덕 유금사, 장육사 2곳 ▷울진 불영사 1곳 등이다.

전통사찰은 역사적으로 볼 때 시대적 특색이 뚜렷하다. 한국 고유의 불교'문화'예술 및 건축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사료를 제공하다. 한국 문화의 생성과 변화를 고찰할 때 전형적인 모형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전통사찰은 엄격한 심사 기준 및 현장 실사를 통해 국가에서 지정한다. 전통사찰로 지정된 사찰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찰의 보존'관리'활용을 위한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전통사찰의 파수꾼, 경북

이에 경북도는 전통사찰에 대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은 ▷전통사찰 보수정비 사업 ▷전통사찰 방재 시스템 구축 사업 ▷전통사찰 방재 시스템 유지보수 사업 등이다.

전통사찰 보수정비 사업은 국보, 보물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보유해 살아있는 문화공간을 제공하는 사찰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다. ▷전통사찰 내 노후한 법당 시설 ▷사찰의 주요 전각 ▷선원, 선방 등 승려 수행 시설 ▷배수로, 석축 등에 대한 보수와 주변 정비를 중점 지원한다. 지난 5년간 경북도는 연평균 36개 사찰에 대해 보수정비 사업을 펼쳤다. 올해는 총사업비 53억9천800만원을 투입해 27개 전통사찰에 대한 보수정비에 나설 예정이다.

경북도는 또 화재에 취약한 목조 사찰을 보호하고 각종 재해'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전통사찰 방재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찰 화재가 위험한 이유는 조기에 진압하지 못하면 건물 손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찰 건축의 특징은 장작을 포개놓은 것처럼 나무 부재를 차곡차곡 쌓은 것이다. 이런 구조는 아름답긴 하지만 불에 더 잘 탄다. 불을 초기에 끄지 못하면 2005년 낙산사 화재처럼 전소를 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진압'이 아니라 '예방'에 초점을 둔 방재 시스템 구축 사업을 펼치고 있다. 우선 사찰 주요 화재 원인으로 꼽히는 전기적 위험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찰 화재 원인 중 40%가 바로 '전기'이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전기 화재 예측 시스템'을 도입해 전기 화재를 상시 감시하고, 사찰 관리자에게 사전 통보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화재를 예방하고 있다. 또 사찰 내 발생할 수 있는 문화재 도난, 화재 등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지능형 통합 관제 시스템'을 구축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 5년간 연평균 16개 사찰에 대해 방재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올해엔 41억3천500만원을 투입해 19개 사찰을 대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통사찰 방재 시스템 유지보수 사업을 병행한다. 방재 시스템 구축 후 2년이 지나 시스템 하자 보증 기간이 끝난 사찰에 대해 유지보수비를 지원하고 있다.

김관용 도지사는 "전통사찰은 장구한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통사찰을 보유한 곳으로, 자부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며 "그간 추진해 온 전통사찰 보수정비 및 방재 시스템 구축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우리 민족의 정서와 민족문화의 원형을 후세에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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