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 쓰는 치약·비누·샴푸 내 몸에 안전할까

가정 생활화학제품의 역습

주부 전모(32) 씨는 요즘 대형마트를 찾을 때마다 혼란스럽기만 하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를 접하며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의심은 커졌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탓이다. 아무리 제품 뒷면의 구성 성분을 들여다봐도 사람에게 해롭지 않은 성분이 무엇인지 알기 힘들었다. 진열대 앞을 서성이던 전 씨는 '친환경 성분'이라는 문구가 적힌 샴푸를 쇼핑카트에 담았다. 전 씨는 "솔직히 친환경 제품이라는 문구도 믿기 힘들지만 뭘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생활화학제품은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손을 씻고, 양치질이나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을 때도 화학제품을 쓴다. 바르는 로션이나 화장품도 모두 화학제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위험 물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자신이 이용하는 제품에 정확히 어떤 성분이 포함됐는지 직접 알아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양한 독성 물질 포함

환경부가 관리하고 있는 위해 우려 제품은 세정제와 접착제, 코팅제, 방향제'탈취제, 합성세제, 표백제, 섬유유연제, 방청제, 김서림 방지제, 염색제, 탈색제, 소독제, 방충제, 방부제, 문신용 염료 등 15종이다.

서울대와 고려대 공동 연구팀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세정제와 소독제 10종의 성분 163개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38개 성분이 유럽연합(EU)에서 분류한 위험 물질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피부 위험 성분이 28개, 눈 위험 성분은 15개, 흡입 위험 성분은 9개였다.

이 가운데 가장 다양한 제품에서 사용되고 있는 성분은 '차아염소산나트륨'이었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세균과 포자, 곰팡이,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 낮은 농도에서도 쉽게 활성화돼 적용 범위가 넓고, 저장과 운송 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며 저렴하다. 그러나 5.25%의 차아염소산을 포함한 표백제를 토끼와 기니피그, 사람에게 4시간 동안 노출시켰을 때 피부 자극이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다목적 세정제에 함유된 '메탄올'도 위험한 물질이다. 메탄올은 입으로 들어오거나 피부에 닿았을 때 급성 독성이 나타날 수 있고 장기 손상의 원인이 된다. 메탄올과 비슷한 에탄올 가운데 살균'소독 성분인 '다이에탄올아민'과 '벤즈아이소치아졸리온', 방부제인 '브로노폴' 등은 눈에 들어갔을 때 손상을 입을 수 있고, 피부 자극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다이에탄올아민은 체내 발암물질인 나이트로사민으로 변형될 수 있으며 간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스프레이 제품에 사용되는 LP가스는 발암성과 돌연변이성을 모두 갖고 있고, 발암 위험성이 있는 'VM&P 나프타' '리그로인' 등은 스티커 제거제에 사용된다.

◆샴푸, 치약, 비누도 안심 못 해

합성세제나 섬유유연제 등에 사용되는 벤젠도 1급 발암물질이다. 벤젠에 장기간 노출되면 심각한 빈혈과 내출혈을 가져오고 각종 종양에 대한 몸의 저항력이 떨어진다. 역시 섬유유연제나 문신용 염료 등에 포함된 납은 피부염과 각막염, 결막염, 탈모증, 운동신경 마비, 중추신경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파라벤도 건강에 해를 끼친다. 물티슈나 데오도란트, 화장품 등의 방부제로 쓰이는 파라벤은 접촉성 알레르기질환이나 유방암의 원인이 되고 체내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한다.

보디워시나 폼클렌징, 여드름 살균제, 데오도란트 등에 사용되는 트리클로산은 호르몬 대사를 방해하고 신경계를 교란시킨다. 오래 사용할 경우 불임과 성조숙증, 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

치약이나 샴푸, 비누 등에 포함된 계면활성제도 피해야 할 화학물질이다. 계면활성제는 크게 음이온 계면활성제와 양이온 계면활성제, 비이온 계면활성제, 양성 계면활성제 등으로 나뉜다. 특히 샴푸에는 ▷소듐 라우릴 설페이트(SLS) ▷소듐 라우레스 설페이트(SLES) ▷암모늄 라우릴 설페이트(ALS) ▷암모늄 라우레스 설페이트(ALES) 등의 음이온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다. 음이온 계면활성제는 피부를 자극하고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지나 기름기를 닦아내는 기초 화장품인 클렌징 크림도 대표적인 계면활성제 제품이다.

◆적당히 쓰고, 깨끗하게 헹궈야

생활화학제품으로부터 건강을 위협받지 않으려면 적게 쓰고 깨끗하게 헹구는 수밖에 없다. 설거지를 할 때는 10분 이상 물에 불리고 주방용 세제를 사용한 뒤에는 15초 이상 헹구는 것이 좋다. 물을 받아서 닦는 경우 물을 교환하며 3번 이상 헹궈야 말끔해진다.

합성세제도 너무 많을 경우 물에 녹지 않고 옷에 다시 묻을 수 있다. 특히 고농축 세제는 일반세제보다 적게 쓰는 등 의식적으로 세제량을 줄여야 한다. 또 세제를 밀폐된 용기에 보관하거나 물과 함께 분무기 등에 넣어 사용하면 폭발 가능성이 있다. 세제를 고를 때 되도록 천연 계면활성제나 대체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살균, 표백 등에 사용하는 락스는 물과 희석해 단독으로 사용해야 한다. 세제나 산소계 표백제 등과 섞으면 유독가스인 염소가스가 발생한다. 온수와 사용하지 않고 찬물과 섞어 쓰는 것이 안전하다.

페브리즈 등 옷이나 침구 등에 뿌리는 항균탈취제는 사용 전후에 반드시 환기를 시켜야 한다. 항균탈취제 속에 들어 있는 양이온 계면활성제는 세탁을 두세 번 해도 섬유에 70% 이상 남아 있을 정도로 흡착력이 강하다. 따라서 사용 전에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사용 후에도 30분 이상 환기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또 옷을 입고 탈취제를 직접 뿌리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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