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간호대 졸업반 '취업규칙' 논란

지망한 병원 1∼3곳 외 딴곳 지원 금지…어기면 취업지원 불이익

계명대 간호학과 4학년 A(24) 씨는 최근 학과 내 '간호대 졸업준비위원회'가 공지한 '취업 규칙'을 보고 납득할 수 없었다. 이에 따르면 자신이 취업 지원할 병원 1, 2, 3지망을 밝히고 다른 병원에는 지원하지 못하게 한 때문이다. 다른 병원에 지원하거나 합격한 사실이 밝혀지면 '중복 지원자'로 간주해 제재를 받게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복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위원회 측은 "누군가가 여러 곳에 동시 합격해버리면 결국 다른 사람의 자리를 빼앗는 게 되지 않느냐"며 "합격 후 취업을 안 하게 되면 학교 이미지도 안 좋아지고 동기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요즘 같은 취업난에 자유롭게 취업을 준비할 권리가 박탈되는 것은 문제 아니냐"며 "이를 어겼다고 병원 자료나 국가고시 자료 공유를 금지하고 추천서를 받지 못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제재를 한다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계명대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들도 병원 취업을 준비하는 간호과 학생들의 '취업 가이드 라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대도 재학생에게 경북대병원과 서울 대형병원을 포함한 3곳 정도만 지원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대 간호학과 졸업생 B씨는 "각 병원마다 선발되는 인원이 정해져 있다 보니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서로 갈 곳을 분배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 학생이 여러 군데 지원해서 다른 학생의 취업을 막는 '불상사'를 막는다는 구실로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구대도 실습이나 취업 지원 시 대구 대학병원 중 1곳만 지원하도록 제한하고 있었다. 대구대 한 학생은 "'기회균등'을 이유로 교수가 원서를 써 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결국 좋은 병원에 지원할 수 기회는 한 번밖에 없는 꼴이 돼 버려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간호학과 졸업생에게 취업지원 제한을 하는 이유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특정대 출신이 여러 병원에 합격한 뒤 한 곳에 취업을 하면 병원 입장에서는 충원 절차를 밟아야 하고 해당 대학 간호학과 학생들에 대한 평판이 나빠져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경북대 관계자는 "취업 지원과 관련 교수들이 개입한 바는 없으며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규칙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고 계명대 간호학과 측은 "학생들의 '취업규칙'을 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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